동물이나 인간이나 영락없이 똑같은 ‘좌충우돌 청소년기’[책과 삶]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448쪽 | 2만2000원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는 ‘죽음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곳이 있다. 엄청난 식성을 가진 백상아리 수백 마리가 헤엄치는 바람에 웬만한 해양생물은 접근하지 않는다. 유독 이 위험한 바다에 접근하는 동물이 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스릴을 즐기는 이 ‘위대한 멍청이’는 바로 청소년기의 해달이었다. 부모가 말리는 위험한 짓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인간 청소년을 닮았다.
‘와일드후드’란 인간과 동물을 아울러 청소년기를 부르는 용어다. 이 책의 저자인 의학박사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저널리스트 캐스린 바워스가 고안한 말이다. 초파리에겐 며칠, 400년을 사는 그린란드상어에겐 50년에 걸친 기간이다. 와일드후드에는 4가지 과제가 제시된다. 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인간이든 초파리든 이 과제를 풀어야 성체가 될 수 있다.
<와일드후드>는 챕터별로 킹펭귄, 하이에나, 혹등고래, 늑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안전, 지위, 성적 소통, 자립의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서열 낮게 태어난 수컷 하이에나 슈링크가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을 알아보고, 혹등고래 솔트가 노래를 통해 ‘동의와 거절’의 방식을 이해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이 네 가지 기술은 인간 청소년에게도 당연히 필요하다. 저자들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실질적이고 입증 가능한 신체적·행동적 연관성”을 강조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현장 취재를 통해 생동감을 살리고 특정 개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서술하는 방식이 잘 만들어진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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