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범죄 저지르면 봐준다”…분노유발 심신미약, 오해와 진실 [Books]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쉽게 시청자들 분노를 유발하는 장면들이 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가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이유로 정신감정을 요구하고, 끝내는 처벌을 피하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바로 지난달 만취 상태로 차를 몰아 초등학생 4명을 차로 친 60대 남성의 이야기도 크게 다를 것은 없고, 미성년자를 강간했음에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을 감경받은 조두순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스레 우리에게는 심신미약 상태란 과연 무엇이고, 그런 이들을 어떻게 판별해낼지 질문이 남게 된다. 저자 차승민은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매일 170명에 육박하는 범법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주치의로 5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그동안 230건 넘게 정신감정을 진행한 인물이다. 저자는 형사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한 오해를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정신감정은 많은 이들의 오해처럼 주먹구구식이 아니다. 의사뿐 아니라 임상심리 전문가와 간호사 등 여러 의료진이 다각도로 면담하고 모니터링해서 쌓은 근거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보통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고심하곤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그 결과도 ‘증거물 중 하나의 자료’로 활용될 뿐 감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기에 서로 논의하고, 다른 의견을 종합하는 지난한 시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감정을 나쁘게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많지만 한 달 동안 대상자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전문가의 눈길을 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부터 조현병과 음주, 치매, 자폐, 성범죄, 우울증과 조울증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실제 정신감정 사례들을 나누고 이들을 관찰하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책을 읽다보면 나쁜 사람으로부터 아픈 사람을 정확히 가려내기 위한 노력이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저자는 대중이 이 제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를 두고 “정신감정의 표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신질환자를 가려내 치료하는 것은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복무하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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