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리 동포 원폭 고통 당할 때 국가 곁에 없어…깊은 사과"
尹 "원폭 피해자·가족 한국 초청"…피해자 "78년 만에 한 풀려"
(서울·히로시마=뉴스1) 최동현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우리 동포 여러분들이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며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에 거주 중인 동포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과 독립이 됐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일본을 방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 당사자인 피폭 1세와 후손 20여 명을 만났다. 우리 정상이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원폭 피해를 입었고, 이후 78년의 세월 동안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점에 사과하고, 재외동포에 대한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은 한국 동포다. 한국은 국민을 판단하고 국적의 기준을 세울 때 속인주의로 판단한다. 우리는 혈연이나 피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라며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래서 우리 동포가 러시아에 살든, 일본에 계시든, 미국에 있든, 또 어디서 태어나셨든 간에 여러분의 피가 한국에 있는 여러분 다 재외동포"라며 "대한민국의 국가와 정부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와서 우리 동포가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번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6월 설립되는 재외동포청을 언급하며 재외동포에 대한 정부의 도움을 약속했다. 또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 동포들과 그 가족들을 한국으로 공식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재외동포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우리 한국 동포면 누구나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며 "한국어가 서툰 우리 동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어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고국 문화교류와 방문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에도 우리 대한민국 동포가 많이 계시지만 히로시마에 피폭 동포와 그분들의 가족, 그리고 함께 애를 쓰셨던 우리 민단과 많은 동포 관계자분들께서 조만간에 꼭 한국을 한 번 방문해 주시기를 제가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만남에선 원폭 피해를 본 동포들의 사연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피폭 당사자이기도 한 권양백 전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원 내로 이설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설에 도움을 준 일본인들의 협조 사례를 소개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세워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70년 재일동포 모금으로 건립됐으나, 당시 일본 당국의 반대로 평화공원 밖에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29년 만인 1999년 평화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권 전 위원장은 "저도 피폭자의 한 사람으로서 죽으면 위령비에 들어갈 사람"이라며 "오늘 윤 대통령의 위로를 하늘에 계신 선배님들께 꼭 보고드리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피폭 2세인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78년 만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찾아 주어 마음에 맺힌 아픔이 풀렸다"면서 "동포사회에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히로시마 피폭 가족들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언급하며 "한국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윤 대통령이 그동안 어려웠던 한일관계를 개선시켜 주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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