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원폭 피해자들 만나 “늦게 찾아봬 죄송합니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5. 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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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일본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서 권양백 전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이설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늦게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한·일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히로시마 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나 “우리 동포들의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며 입은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피해를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의 고통과 슬픔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희생되신 동포분들과 여러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으면서 이뤄졌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히로시마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한인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수 차례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동포들이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독립이 되었지만 힘이 없었고, 공산 침략을 당해 어려웠다”며 “그러다보니 동포들이 고난과 고통을 당하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곁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와서 우리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모국이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가까운 시일 내에 보시기 바란다”며 피폭 피해자와 민단 관계자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이고 사실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위령비 참배가 처음”이라며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정상이)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비는 1970년 재일동포들의 모금으로 세워졌다. 당초 일본 측 반대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는 1999년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사회 등의 노력으로 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위령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히로시마에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 학도,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 원폭 투하로 약 2만여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를 포함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위령비 이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권양백 히로시마 민단 고문은 “(이설 추진 당시) 이국 땅에서 고생하며 희생한 후에도 공원 밖에서 차별받는 현실을 증거로 놔두라는 말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앞을 보고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없도록 협조하자고 꾸준히 설득하니 우리 심정을 알아줬다”고 위령비를 공원 안으로 옮기게 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저도 두살 때 원폭을 맞았다”면서 “피폭자로서 앞으로 원폭 기념공원 안에 들어갈 텐데 선배 영령들을 저 세상에서 만나면 대통령님이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도 함께 했다. 정부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윤덕민 주일대사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이번 순방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도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원폭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그 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은 피하지 않고 역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만나서 문제 해결 노력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히로시마 |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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