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늪’에 제 발로 들어가는 민주당

김윤나영 기자 2023. 5. 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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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끝에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가상자산 투자는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거나 검찰의 야당을 향한 편파·기획 수사만을 부각했다. 이재명 대표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을 언급하며 국면 전환을 도모했다. 민주당이 ‘조국의 강도 채 못 건넜는데 남국의 늪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 식구 감싸기

“문제없는 코인 투자, 마녀사냥”
검찰의 편파·기획 수사만 부각

강성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처음 김 의원 코인 투자 얘기가 나왔을 때 ‘내부정보 이용한 것 아니냐, 뇌물받은 것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해 굉장히 마녀사냥하듯이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며 “우리가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니 표를 달라는 건 맞지 않다. 통치 능력으로서의 우월성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이 의원은 지난해 8월에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은 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너무 도덕주의 정치하지 말자”고 했다.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김 의원을 두둔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듯 놀이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서 프레임을 짜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고 적었다. 유정주 의원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 직후 “사냥하지 말자. 상처 주지 말자. 우리끼리라도”라고 올렸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4일 SNS에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거대한 방어막을 치는 마법 주문인 “프로테고 막시마”라고 적었다. 김 의원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물귀신 전략 이재명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문제 불거질 때마다 맞불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직무를 이용해서 사적 이익을 도모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국회 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가족회사 기술을 활용해달라고 주문했고 가족회사가 해당 사업 용역을 따냈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언급한 것이다. 김 의원 코인 투자 논란에 비해 국민의힘 정치인의 비위 논란은 잘 보도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국면 전환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맞불 전략’으로 대처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에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순자 (전 국민의힘)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가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받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라고 되물었다.

민심보다 팬덤

김남국 비판하면 ‘좌표 찍기’
“조국의 강도 못 건넜는데…”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김남국을 지키자는 강성 팬덤층의 요구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을 비판하는 정치인에 대한 ‘좌표 찍기’도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김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원내부대표단의 이름이 공유됐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김 의원을 비판한 대학생위원장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 김 의원 출당 반대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 대표가 팬덤정치에 매몰돼 민심과 괴리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는 당내 비판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했는데 ‘남국의 늪’에 빠졌다”며 “김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지체할수록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공격한다면 국민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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