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원폭 피해자 만난 尹 "위령비 참배 너무 늦어 송구"

히로시마서 동포 원폭피해자와 만나 위로
"기시다와 한일 평화·번영 미래 열 것 다짐"

(히로시마=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나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송구하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건희 여사와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사에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피해를 봤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히로시마 민단·한인회 소속 회원 9명 등 재일동포 총 19명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며 "이 자리를 빌려 우리 동포분들과 여러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70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가 건립되고 또 히로시마 평화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가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겨진 사실을 언급하며 히로시마 민단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위령비 참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와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오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원회 4대 위원장은 원폭 피해자를 만난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저희는 과거에도, 지금도, 또 미래도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 방문이 큰 위안과 힘이 된다고 한 권 위원장은 이날 행사가 "한일 우호관계 발전에 이바지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권양백 전 위령비이설위원회 위원장도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 전 위원장은 "2살 때 원폭을 맞았다"며 "민단에서 위령비 이설 임무를 맡게 돼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령비 이설에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과거를 너무 따지지 말고,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앞을 보고 갑시다,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없도록 서로 협조합시다"라고 말하며 설득했다고 이설 과정을 설명했다.

권 전 위원장은 "히로시마에 사는 주민으로서 또 교포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갑시다"라고 꾸준하게 설득하며 사람들을 대해왔다고도 했다.

권 전 위원장은 또 "저도 피폭자로 앞으로 기념공원 안에 들어갈 것"이라며 "선배 영령을 저세상에서 만나면 대통령님이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신지호 전 의원, 윤덕민 주일대사 등이 배석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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