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 빼고 명단도 비공개…정부 ‘불투명성’ 키웠다
일본엔 명단 통보…민간 배제 관련해 “일본 측서 수용에 난색”
별도 자문그룹 구성도 확정 못해…민주당 “당장 명단 공개를”
정부가 19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지 시찰단 구성을 발표하면서 명단은 비공개했다. 시찰단에서 배제한 민간 전문가 의견을 듣고자 자문그룹을 꾸리겠다고 했지만 참석자와 구체적 역할을 확정하지 않았다. 시찰단 파견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불투명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측 전문가 21명으로 시찰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사진)을 단장으로 하고 지금까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안전성 검토를 담당해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21명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단장인 유 위원장 이름만 공개하고 나머지 20명 명단은 비공개했다. 박 차장은 “참여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실무자들”이라며 “담당자 개개인이 누구누구인지를 꼭 지금 시점에 말씀드리는 게 핵심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시찰단원들이) 큰 불편함 없이 심적으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까지 명단 자체를 설명 안 드렸다”고 말했다.
시찰단 명단 공개 요구가 정치적이라며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설명도 뒤따랐다. 박 차장은 “어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실제 긍정적으로 제대로 분석하는 데 방해가 되지 절대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명단에 대해 “나중에 국회 협의 등 과정에서 또 추가 설명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 시찰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일본 측에는 명단이 통보됐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민간 전문가는 시찰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찰의 객관성과 투명성 등을 담보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박 차장은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해 다년간 (정부 측)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시찰 현장에) 갈 수 있는 성질은 아니기에 (활동의)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계속하시던 분들이 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 반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차장은 “저희 쪽에서 민간 전문가들 참여하는 부분을 일본 측과 협의했다”며 “다만 일본 측에서 여러 가지 안전상 문제를 고려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10명 안팎으로 자문그룹을 구성한다. 박 차장은 “시찰단 점검 활동을 다양한 시각에서 지원·평가”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문그룹에 참여하는 인원과 구체적인 역할을 확정하지 않았다. 박 차장은 “어떤 식으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고 효과적인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마 주말까지는 (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찰단 명단을 비공개하고 자문그룹 구성도 확정하지 못하면서 시찰 전 불필요한 투명성 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시찰단에) 혹시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포함되면 안 되는 분이라도 있는 건가”라며 “문제될 분들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오염수 시찰단 명단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의 사찰단 참여 배제에 대해서도 “평소 핵 오염수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던 전문가들은 배제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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