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좌절은 금물”…‘각성한 거포’ 노시환은 한화의 비상 믿는다

배재흥 기자 2023. 5. 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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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딱지 떼고 중심타자로…4·5월 맹타, 팀 탈꼴찌 주역
노 “가을야구 목표…하위권 처져있지만 후반기 기회 올 것”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하던 독수리가 본격적으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거포의 잠재력을 터트린 노시환(23·한화·사진)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

한화는 올해 시범 경기에서 1위를 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개막 이후 ‘역시나’ 라는 좌절로 금세 물들었다. 개막 한 달 만에 리그 최하위로 처지며 한화는 4월 승률 0.261(6승1무17패)에 머물렀다.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33)의 부상 공백에서 비롯한 투수진의 전력 약화,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난조 등 타선 동반 부진이 맞물린 결과였다. 이 기간 한화 팀 타율은 0.217, OPS(출루율+장타율)는 0.593으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였다. 중심타선의 노시환(3번)과 채은성(4번)만 외로운 싸움을 했다. 팀의 유일한 ‘3할 타자’였던 둘은 4월 한화가 기록한 77타점 중 30타점을 합작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6년 총액 90억원 대형 계약을 맺고 LG에서 이적한 채은성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반면 5년차 노시환의 약동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9년 2차 1라운드(3순위) 지명돼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장종훈·김태균의 뒤를 이을 한화의 차세대 우타 거포로 평가받은 재목이다. 2년차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잠재력을 뽐내기도 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6홈런에 그쳤다. 노시환은 그 아쉬움을 반등의 동력으로 삼았다. 주무기 장타력을 배가하고자 타격 포인트를 수정하고, 채은성의 트레이닝 일과를 따라 소화하며 베테랑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채은성은 노시환에 대해 “상대 팀에서 볼 때는 그냥 ‘꼬마’ 같았는데 한화에 와서 함께 훈련해보니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노시환의 5월은 더 뜨거워졌다. 이달 들어 치른 13경기에서 타율 0.327(52타수 17안타)에 홈런 6개를 쏟아냈다. 노시환의 맹타와 타선의 고른 활약으로 한화는 5월 승률 0.583(7승5패1무)을 달리며 꼴찌에서도 벗어났다. 노시환은 개막 이후 리그에서 OPS 2위(0.956), 홈런 2위(8개), 안타 4위(47개) 등 타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노시환은 “시즌 전부터 ‘장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장타율과 OPS 수치가 잘 나오고 있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일단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있다. 그는 “지금 상태로 한 시즌을 치르면 어떤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지금 성적을 유지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 기세만 유지한다면 시즌 30홈런에도 도전할 수 있다. 노시환은 2021년, 데뷔 후 가장 많은 18홈런을 친 바 있다.

한화는 아직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노시환도 타석에서 주춤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을야구 희망은 마음속 한가득 움켜쥐고 있다. 그는 “시즌 시작할 때부터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지금은 팀이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한 경기씩 이기면서 나가다 보면 후반기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꼬마’였던 노시환은 한층 단단해졌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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