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흙신’ 나달의 시간도 끝난다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5. 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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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불참할 것” 밝혀

2024시즌에 은퇴 계획도 시사

‘빅4’ 시대 조만간 역사속으로

은퇴 계획을 밝히고 있는 나달 [로이터 연합뉴스]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입에서 결국 은퇴 계획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남자 테니스 ‘빅4’의 시대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나달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본인 이름을 따서 만든 나달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오픈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한 뒤 고관절 부상 때문에 4달 넘게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나달은 “부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회복되지 않았다. 현재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나는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며 “이 대회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려하면 불참을 선언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유독 클레이 코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흙신’이라고 불려 온 나달은 지난 2005년 프랑스오픈에 처음 참가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대회를 거르지 않고 나섰다. 자신이 기록한 22차례 메이저대회 우승 중 무려 14번의 우승을 이곳에서 차지하면서 오죽하면 프랑스오픈 주최 측은 2021년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 나달의 동상을 세웠을 정도다. 그만큼 나달 자신에게도 의미가 깊은 프랑스오픈에 부상 때문에 나서지 않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프랑스오픈 우승 뒤 기뻐하는 나달 AP연합뉴스
이대로라면 지난해 정상이 나달의 마지막 우승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 나서지 못해 랭킹이 14위까지 떨어진 나달은 프랑스오픈 불참으로 130위권 밖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몸을 회복해서 그다음 대회, 가령 7월 개막하는 윔블던에 나가려 해도 출전권이 없어 와일드카드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달은 다음 시즌까지는 복귀해서 뛴 다음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나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이 벌어지는 메이저대회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내년에 100%의 몸 상태로 돌아올 것이며 선수로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기자회견에서 나의 경력을 끝내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달이 은퇴 계획을 밝히며 지난 2004년 이후 세계 테니스계를 호령하던 빅4의 시대도 끝나가는 모양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은퇴했고, 나달을 비롯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영국)는 2004년 이후 76개 메이저 대회에서 66번 우승을 차지했지만 더 이상 전성기 때의 몸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도 로마오픈 단식 8강전에서 스무살 유망주 홀게르 루네(덴마크)에게 패했다.

그나마 넷 중에서는 가장 커리어의 화려함이 부족한 머리가 끝까지 힘을 내고 있다. 머리는 지난 7일 엑상프로방스 챌린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9년 10월 알트베르펜 오픈 이후 3년 7개월 만에 ATP 대회 정상에 올랐다. 머리 역시 부상으로 은퇴 직전에 몰렸지만 고관절에 금속 재질의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대수술까지 받았음에도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누구도 시간 앞에서는 평등한 만큼 빅4가 물러나고 나면 차세대 선수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음 주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예약한 ‘제2의 나달’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을 필두로 2021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스테파토스 치치파스(그리스), 지난해 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패했던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 등도 눈여겨볼 만한 다음 세대다.

지난 2022 프랑스 오픈에서 샷을 날리는 나달. 이대로라면 당시 우승이 그의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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