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이 임대인을 사기꾼으로 몰아"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되레 빌라 역전세난 불러
"보증금 주게 대출 완화" 요구
◆ 갭투자 규제 논란 ◆
"전세사기 대책이 임대인(집주인)을 사기꾼으로 내몰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제도 부활시킨다더니 전세제도 개혁이 웬 말이냐."
전세사기 임차인 피해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임차인을 지원하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도 이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전국임대인연합회 회원들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이 임대인을 파산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국토교통부의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조치가 역전세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전세가격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100%에서 요건을 강화한 것인데, 이는 전세보증금과 집값이 같은 주택까지 보증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한다는 점을 악용해 그간 전세사기가 발생해 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여기서 집값은 공시가격의 140%로, 이 역시 기존 150%에서 올해부터 낮췄다.
공시가격이 3억원인 주택에 대해 기존에는 4억5000만원까지 전세보증금을 보증해줬다면, 이달부터는 전세보증금이 3억7800만원 이하여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임대인들은 "정부가 표준임대가격을 정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민간임대등록(주택임대사업자) 임대인은 "정부가 빌라 전세가격을 강제로 하락시켜 더 큰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임대사업자가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대인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2019년부터 단 한 차례도 전세가격을 올려 받지 않았는데, 정부의 갑작스러운 보증보험 요건 강화 조치 때문에 한순간에 7000만원을 내려 다음 세입자를 받아야 한다"고 "대출마저 막혀 전세사기꾼으로 몰릴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제도 자체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에 임대인들은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집주인들의 무리한 갭투자에 있다며 현재의 전세제도 자체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임대인들은 "민간 등록 임대를 부활시키겠다고 한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고 염려하고 있다.
당시 원 장관이 가능성을 언급한 에스크로제도(세입자의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금융기관에 일부 예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임대인연합회는 "임대차의 절반 이상을 전세가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집주인이 아무런 이득 없이 타인의 돈을 타인 계좌에 보관하는 꼴"이라며 "그 누구도 이를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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