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마케팅' 제로슈거 라벨 2000만장 폐기
소주 뒷면 라벨을 덮는 문구로 '꼼수 마케팅' 논란을 일으킨 하이트진로가 기존 라벨을 전량 폐기하고 식품 표시란에서 '제로 슈거' 문구를 빼기로 했다.
19일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 소주 제품의 식품 표시사항에 '제로 슈거' 문구를 넣지 않기로 했다"며 "문구가 가독성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미리 제작해둔 라벨 전량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폐기 규모는 한 달치 수준"이라고 밝혔다. 작년 연간 소주 판매량 중 진로 소주 점유율(15%)을 감안하면 라벨 폐기 물량은 2000만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진로 제로 슈거' 식품 표시사항란에 '제로 슈거' 문구를 넣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하자 나온 조치다. 다만 시중에 유통된 제품은 수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부터 원재료 등이 적힌 식품 표시사항에 '제로 슈거' 글자를 겹쳐 쓴 진로 소주를 생산했다. 올해 1월 진로 소주를 전부 '제로 슈거'로 바꿔 출시했으나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자 이 같은 방식의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견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 겹쳐 써서 가린 내용에는 최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 에리트리톨이 포함돼 있다. 이후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이 목적인 공간을 홍보 용도로 사용해 가독성을 해치고 제도 본질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존 물량 라벨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식약처는 식품 표시란을 활용한 마케팅을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섰다. 현행법상 국내 제조 식품의 경우 문구나 이미지 등이 식품 표시사항란을 가려도 행정처분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없다. 하이트진로의 이번 마케팅 수법을 방관하면 다른 주류업체가 이를 줄줄이 모방해 식품 표시 제도가 무색해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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