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전우들아 여기 새 천안함 깃발을 보아라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5.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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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 류지욱 중사
재탄생한 천안함서 근무
2800t급 호위함으로 거듭나
19일 진해 군항서 취역식
서해수호 임무 이어갈 예정
최원일 전 함장 "北 또 도발 땐
전사자 몫까지 응징해달라"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참전 장병이었던 류지욱 해군 중사가 2800t급 신형 호위함으로 거듭난 '새 천안함'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해군

2010년 천안함 피격 때 생존했던 해군 장병이 신형 호위함으로 재탄생한 천안함으로 돌아가 19일 힘차게 첫 깃발을 올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옛 천안함(PCC-772)의 참전 장병이자 새 천안함(FFG-826)의 승조원인 류지욱 중사(39·해군 부사관 211기).

이날 류 중사는 진해 군항에서 열린 천안함 취역식에서 피격 당시 작전관이었던 박연수 중령(40·해군사관후보생 101기)과 취역기를 게양했다. 취역식은 군이 조선소에서 건조된 군함을 인수해 해군 전투함정으로 편입됐음을 선포하고 취역기를 게양하는 행사다.

류 중사는 "새로운 천안함의 취역을 알리는 취역기 게양은 하늘에 있는 46명의 전우와 군 또는 사회에 있는 58명의 전우들과 함께 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천안함의 승조원으로서 천안함이 하루빨리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류 중사는 천안함 통신사로 근무하다가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류 중사는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천안함 전우 46명은 그날 밤 서해를 수호하는 하늘의 별이 됐다. 류 중사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희생·생존 전우들의 몫까지 살아가며 바다를 지키고 있다. 그는 2013년 세월호 침몰 때 해군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LPH-6111) 통신사로 근무하며 실종자 탐색에도 기여했다.

류 중사는 지난해 6월 2800t급 신형 호위함으로 돌아온 천안함의 인수 요원으로 나섰다. 이어 전사한 용사 46명의 영혼과 더불어 천안함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천안함의 첫 승조원에 자원한 것이다. 류 중사는 다시 천안함을 타겠다고 자원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천안함이라서 지원했고 또 한 번 천안함 승조원으로 일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새로운 천안함이 또다시 서해를 지키는 방패가 돼 항해하는 모습을 꿈꾸며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취역식에는 주요 군 당국자는 물론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과 역대 천안함장 등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피격 당시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은 취역식에 참여해 "천안함의 대한민국 수호는 2010년 3월 26일에 멈춰 있다"면서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한 천안함이 대한민국 수호 임무를 새롭게 이어가길 바란다"며 무운을 기원했다. 그는 "북한이 다시 한번 도발한다면 PCC-772 천안함 전사자 및 참전 장병의 몫까지 더해 강력히 응징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새 천안함의 초대 함장으로 기용된 한규철 해군 중령은 "서해 수호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해양 수호 의지를 이어받은 우리 천안함과 승조원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해를 완벽히 수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성능과 규모가 확대된 해군 함정이 과거 퇴역 함정의 이름을 물려받는 것은 해군의 고유한 문화 중 하나다.

새 천안함은 충청남도 천안시를 함명으로 사용한 세 번째 함정이다. 한국 해군 최초의 천안함(LCI-101)은 1946년 미국으로부터 인수해 취역한 상륙정으로 1953년 퇴역했다. 두 번째 천안함은 1988년 취역한 초계함으로 서해를 수호하다가 2010년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피격됐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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