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G7의 부활

신헌철 기자(shin.hunchul@mk.co.kr) 2023. 5.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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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의 작은 항구도시 라말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파국으로 끝이 났다. 독일 정부가 회의 후 공개한 사진이 상황을 압축 설명했다.

팔짱을 끼고 앉은 도널드 트럼프, 책상을 짚고 선 앙겔라 메르켈. 눈싸움을 하듯 서로를 노려봤다. 아베 신조는 중간에 서서 한심한 듯 딴 곳을 바라본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식 보호무역에 제동을 걸기 위해 '규칙'에 기초한 국제 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구를 공동성명에 담으려고 했다. 버티던 트럼프는 돌연 스타버스트(사탕) 2개를 꺼내 책상에 던졌다. 그러면서 "앙겔라, 내가 아무것도 안 줬다고 하지 마"라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트럼프는 결국 몇 시간 뒤 비행기 안에서 공동성명 승인을 철회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그 자체로 G7의 위기였지만 역설적으로 G7의 부활을 가져왔다. 조 바이든 집권 이후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기 위해 서구 진영은 다시 뭉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화두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과 탈위협(de-risking). 모두 중국을 겨냥한 용어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적 강압의 사례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들었다. 2010년 일본 해경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적발해 선장을 구금했다. 그러자 중국은 희토류 대일 수출을 한동안 금지하며 보복을 가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응 강도는 국제 통상 질서에서 유지돼온 '비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곤 한다. 사드 배치에 대응해 중국이 한한령을 내렸던 악몽도 떠오른다. '탈위협'은 중국과 완전한 결별, 즉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현실 타협적 레토릭이다.

다만 미국의 구상대로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유럽의 셈법은 복잡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빠진 중국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인다. 눈을 크게 뜨고 한순간도 놓쳐선 안 될 전환기임에 틀림없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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