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형 호수 절반 이상 저수량 감소… ‘과도한 물 소비’ 경종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대형 호수와 저수지의 절반 이상에서 저수량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수량이 감소한 이유는 기후 변화와 인간의 과도한 물 사용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약 2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저수량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수, 수력 발전은 물론 인간의 물 소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로이터, CNN 등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1992년부터 2020년까지 25만 개 이상의 위성 이미지를 기후 모델과 함께 조사해 전 세계에 있는 약 2000개 대형 호수와 저수지의 저수량을 추적해, 그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대형 호수와 저수지의 53%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줄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매년 약 21조5000억 리터가 감소했다. 로이터는 “30년 동안 사라진 물이 미국 최대 저수지인 네바다주 미드 호주 저수량의 약 17배”라며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사용한 물과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감소한 저수량의 절반 이상은 인간과 기후 변화 때문에 일어났다. 연구를 이끈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기후학자인 야오 팡팡은 “자연 호수 저수량의 56%가 감소한 이유가 기후 온난화와 인간의 물 소비 때문”이라며 “기후 온난화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아랄해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솔튼 해의 저수량이 줄어든 주요 원인은 과도한 물 사용 때문이었다. 북극에서는 높아진 기온, 줄어든 강수량 등으로 인해 호수의 저수량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몽골 호수의 저수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기온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 변화는 호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호수의 증발을 더 많이 일으킨다. 호주가 줄어들면 주변 지역을 건조시키고, 점차 호수 증발을 유발해 결국 호수가 줄어드는 연쇄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호수의 저수량이 줄어들수록 수질 저하, 독성 녹조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저수지의 저수량이 줄어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퇴적물 유입이 꼽혔다. 퇴적물이 저수지로 유입돼 물이 들어오는 길을 막는 것이다. 야오는 “수년,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하는 끔찍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 저수지인 ‘레이크 파월’은 침전물이 쌓이면서 저장 용량의 약 7%가 사라졌다.
저수지에 쌓이는 퇴적물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산불이 늘고, 토양이 불안정해질수록 호수와 저수지로 퇴적물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야오는 “침전물이 늘어날수록 저수지 저장 공간은 줄어들고 담수 및 수력 에너지 공급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저수지가 꽤 오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미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호수의 저수량이 감소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한 호수 저수량의 약 3분의 1은 다른 호수의 저수량이 증가하면서 상쇄됐다. 야오는 “저수지의 3분의 2가 상당한 물 손실을 경험했지만, 180개 이상의 저수지는 새로 건설한 댐 등의 영향으로 저수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다 조사 대상이었던 호수의 24%는 물 저장량이 오히려 늘었다. 북아메리카 북부 대평원, 티베트 고원 지역을 포함해 인구가 적은 지역의 호수 저수량은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야오는 “전 세계의 많은 지역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건조해지고 있기 때문에 호수는 적절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로라도 볼더대 발라지 라자고팔란 교수는 AFP 통신에 “전 세계 인구의 25%가 저수량이 줄고 있는 호수 유역에 살고 있다”며 “약 2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저수량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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