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브라운대 스펙에도…그를 뒤흔들던 ‘불안’ 분투기

도재기 기자 2023. 5. 19. 16: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
김정근 지음|다우출판|344쪽|1만6000원
‘어느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심리 치유 에세이’란 부제를 단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의 표지. 다우출판 제공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속에 한국 청년층의 정신 건강 심각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는 물론 각종 연구기관의 실태조사, 통계 자료 등은 청년층의 정신적·육체적 삶과 건강이 얼마나 팍팍하고 피폐한지를 잘 드러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타인과의 교류·소통 없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 비율이 꾸준한 증가추세에 따라 2021년 기준 5.0%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겪었다는 응답은 33.9%에 이르고, 우울증상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정신건강의 심각성은 지난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이란 통계가 잘 보여준다. 마음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채 소외·고립된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공감과 위로가 절실한 셈이다.

책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는 ‘어느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심각한 정신건강으로 고통을 겪은 한 청년의 생생한 분투기다.

만성적 공허, 자기 혐오,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리적 고통을 받던 저자가 결국 이를 극복하고 이제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청춘들을 위해 책을 쓴 것이다.

저자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한의학을 좀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꿈을 안고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에 진학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저자는 학찰시절부터 끝모를 공허, 불안 등에 시달렸다.

미국 유학을 통해 반전을 기대했으나 공허는 채워지지 않았고, “여러 얼굴을 한 불안”에 여전히 몸부림쳐야 했다. 이해와 소통 부족을 이유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환멸, 외로움, 널뛰기하는 감정에 시달렸다. ‘경계선 성격장애’에 가깝다는 사실도 맞닥뜨려야 했다.

저자는 때때로 절망도 했으나 끝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심리치료 등에 관심을 가졌고, 심리치료사도 찾아 나섰다. 마침내 심리치료사 윌리엄 브레넌을 만났고, 수년에 걸친 심리상담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심리를 제대로 살펴보게 됐다. 조금씩 서서히 자신과 세상과 화해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저자는 결국 전공을 바꿨고 대학원에서 정신건강상담을 공부했다.

저자는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도 브레넌씨를 비롯해 더없이 진실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저를 되찾아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자신의 책을 “심리치료 에세이이자 한 편의 성장소설”로 읽어 주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작은 용기가 되어 주는 것”이라며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헤쳐 나갈 용기,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 용기, 나아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용기”라고 밝혔다. 심리치료사 브레넌처럼 자신도 “자비심으로 가득한 흔들림 없는 진실한 거울”이 되고자하는 것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