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말하게, 언어재활사

한겨레 2023. 5. 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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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애 전 주기,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그 누구든이 어렵다면 찾아야 할 언어재활사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바림

말이 어려운 이들의 말문을 트이게 하다

언어재활사는 언어와 말의 문제로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진단 및 평가하고 치료와 교육을 진행하는 재활전문가이다. 언어재활사는 언어치료사라고도 하는데, 언어재활사가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이 되면서 언어치료사 직업이 언어재활사라는 용어로 공식화됐다. 언어재활사는 한 살이 되지 않은 영아부터 치매 등을 이유로 뇌의 인지기능이 낮아진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다섯 가지 의사소통장애뿐 아니라 청력을 잃거나 난청으로 인한 청각장애, 난독증이나 느린 학습자와 같은 학습장애, 경도 인지장애, 삼킴장애(입에서 위장으로 음식물, 침 등이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 역시 언어재활사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다.

언어재활이 필요한 장애 영역은?

언어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이는 의사소통장애는 원인이 무척 다양하다. 선천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사고나 외상 등 후천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 의사소통장애 영역인 ‘언어발달 장애’는 발달장애, 청각장애, 자폐 범주성 장애, 지적장애 등이 원인이며,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도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치료 대상자도 많다. 발음에 문제가 있거나 불명확하게 말하는 ‘조음•음운 장애’, 성대의 이상으로 목소리의 높낮이나 크기 등 음성에 질적인 문제를 보이는 ‘음성장애’,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유창성장애’, 정상적으로 말을 했었으나 신경학적 이상으로 인해 실어증과 같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신경언어장애’가 언어재활이 필요한 주요 5대 영역이다.

수많은 장애 원인을 찾아 꼭 맞는 치료와 재활을

언어재활사는 치료 대상자의 장애 원인과 정도,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 절차 및 기법을 사용해 언어치료를 실시한다. 언어재활사는 대상자 및 보호자와 초기 상담을 실시한 후 치료가 필요한 경우인지 판별하기 위한 선별검사(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를 진행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문제점의 심한 정도와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적인 진단평가를 한다. 언어재활사의 진단평가 결과는 대상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조음•음운장애가 있다면 혀나 입술, 치아 등 말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구강구조와 기관이 적절하게 움직이는지, 말소리 문제의 중증도, 특성과 유형, 이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지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호흡이나 근육 운동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방식의 치료 활동으로 대상자가 오류를 보이는 지점, 즉 한국어 말소리의 소리 나는 위치와 방법 등을 개선시킨다. 이러한 치료 활동을 통해 정확하게 발음하고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련 학과 졸업 후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합격은 필수

언어재활사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를 둔 국가자격으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실시하는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언어재활사 국가고시에 응시하려면 대학, 대학원, 3년제 이상의 전문대학의 언어치료 관련 학과(언어치료학과, 언어재활학과, 언어교정학과)에서 전공 교과목을 이수한 뒤 학위를 받아야 한다. 2급언어재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대학원에서 언어치료(언어재활) 분야의 석•박사학위를 받고 언어재활 기관에서 1년 이상 임상 경력을 쌓으면 1급 언어재활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석•박사 학위 없이 3년 이상 언어재활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도 1급 언어재활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 언어재활사는 언어치료센터를 직접 개원하거나 복지기관, 병원, 대학 부설 기관,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교육청 등 교육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언어재활사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바림
언어재활로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나은 의사소통을 돕습니다
- 이은경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장 / 동신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

Q. 의사소통장애는 워낙 원인이 다양하고 증상의 정도가 천차만별이죠. 언어재활사가 재활과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알고 싶습니다.

A.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상자마다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맞춤형 개별치료로 자신의 환경에서 원활하게 의사소통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꼼꼼한 치료 계획과 주기적인 진단평가가 필요합니다. 발음기관이나 신체적, 인지적 발달에는 문제가 없으나 언어발달이 늦는 단순 언어장애, 발음이 불명료한 조음·음운장애 아동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자폐범주성 장애나 심한 발달장애를 지닌 경우에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아동과 언어재활사 모두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진전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언어재활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늘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재활 전후를 비교하면 의사소통 능력이 훨씬 좋아집니다.

Q. 한 살이 되지 않은 영아들도 언어재활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요. 치료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재활 과정을 돕는 것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가 궁금해요.

A. 선천성 난청(출생 때부터 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영아를 치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선천성 난청인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남은 청력에도 차이가 있어서, 이들을 치료할 때는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부터 확인하고 듣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청기 착용이 우선되어야 하고요. 한 번은 생후 6개월부터 치료를 시작한 아동이 있었습니다. 이 아동은 보청기 착용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죠. 보호자가 보고 있지 않으면 보청기를 빼서 장난감 통에 숨겨놓기 일쑤였고, 걸음마를 시작하자 변기에 보청기를 버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보청기 착용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아동이 일상생활 중에도 보청기를 잘 착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부모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치료가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이들이 입을 떼고 어렵게나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을 때의 보람과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Q. 치료와 재활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언어재활사에게 봉사정신과 공감 능력은 필수겠죠?

A. 맞습니다. 의사소통장애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치료하다 보면 언어재활사 역시 이러한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을 ‘제대로 치료하겠다’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언어재활사에게는 봉사정신과 이타적인 마음,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동신대학교 언어치료학과에서 교수로도 일하고 있는데, 언어치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업이 언어재활관찰과 언어진단실습, 언어재활실습 수업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의사소통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성인을 대면하고 주 2~4회 치료를 한 뒤 실습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는 과목입니다. 학교 내 임상센터에 내원하는 아동 또는 성인을 치료하기 전에 교수님과 함께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제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하죠. 치료가 끝난 이후에는 결과 보고서에 대한 평가도 받습니다. 이 실습을 통해 언어재활사가 되기 전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Q.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공립학교에 언어재활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초·중등교육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학교 내에 언어재활사를 배치하는 법이 발의됐죠.

A. 말과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래보다 말을 늦게 하는 친구들은 학교에 가면 읽기나 쓰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능력, 사회적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공부도 어렵게 느끼고,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아 정서적으로 위축돼 또래집단과의 사회적 관계형성도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전담해 말·언어능력 향상을 돕는 언어재활사가 배치된다면 어떨까요? 언어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을 빨리 진단할 수 있고, 아이들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 의사소통 기술의 발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재 광주광역시교육청과 학교 내에 언어재활사를 배치하는 ‘학교언어재활사 시범사업’을 함께하게 됐고, 곧 언어재활사의 필요성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Q. 전국 학교에 의무적으로 언어재활사가 배치된다면 언어재활사의 직업 전망이 더욱 밝아지겠어요. 언어재활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활동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A. 언어재활사가 되고 싶다면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언어재활사에게 중요한 자질이자 적성이죠. 특수학교, 요양원, 복지기관 등에서 봉사활동을해보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과 어르신을 실제로 접하고,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아보는 게 좋아요. 진로를 결정하기 전 가능한 한 여러 경험을 통해 꿈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CAREER CARD

업무 한 줄 요약 : 아동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의사소통과 언어, 말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전문가.

관련 전공 : 언어치료학과, 언어재활학과 등 언어재활 관련 전공.

관련 자격 :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언어재활사 1, 2급.

현직자의 커리어 TIP : 특수학교, 요양원, 복지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해보며 언어재활이 필요한 여러 대상자를 미리 만나 소명의식과 봉사정신, 공감 능력을 갖출 것.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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