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최고 공격력' LG와 '최저 공격력' 한화, 이런 양극화는 왜?

이성훈 기자 2023. 5.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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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엔 '역대 최악의 외국인 타자'도…반전 가능할까

세계의 주요 프로스포츠에서 벌어지는 공통 현상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과 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돈과 명예를 향한 치열한 경쟁은 '적자생존'의 정글을 만들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처럼 승강제가 있으면 말할 것도 없고, 북미 스타일의 승강제가 없는 리그에서도 선수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리그의 전체적 기량 수준은 시간에 따라 상향평준화된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향도 비슷해 보인다. 개별 팀들의 공격력을 예로 들어보자. 공격력이 가장 강한 팀과 가장 약한 팀의 격차는 해마다 천차만별이었지만, 큰 흐름을 보면 줄어드는 추세였다.


위 그래프는 시즌별로 wOBA (종합적 공격력을 나타내는 지표.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조) 1위 팀과 꼴찌 팀의 차이를 보여준다. 해마다 들쭉날쭉하지만, 점선으로 표시된 추세선을 보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보인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불방망이팀'과 '물방망이팀'의 간격이 꽤 큰 경우들이 많지만, 이후로는 예전처럼 엄청난 차이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10번째 구단인 KT가 창단되며 야구계의 '재능이 분산된' 2015년에 조금 흐름이 바뀌긴 했지만, '평준화'의 대세가 뒤집힐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 https://www.mlb.com/glossary/advanced-stats/weighted-on-base-average ]

그래서 올 시즌 KBO리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조금 특이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걸 감안해도, 최고의 '불방망이팀'과 최악의 '물방망이팀'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LG 트윈스 : 역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

LG 트윈스 '박동원' 선수

올 시즌 LG의 공격력은 압도적이다. 새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포수 박동원이 무시무시한 홈런쇼를 펼치면서 타선에 구멍이 없어졌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등 모든 공격지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에만 최고 수준이 아니다. 해당 시즌 리그 평균 대비 공격력을 보여주는 wRC+를 기준으로 보면, LG의 공격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LG 팬들 절대다수가 염경엽 감독의 '뛰는 야구'에 반대했던 제일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LG의 타선은 '가만히 두면 알아서' 상대를 박살 내는 수준이다. 도루, 작전 등 '스몰볼'은 '딱 한 점'을 위한 야구다. '빅 이닝'을 만들어 승부를 끝내버릴 수 있는 타선의 힘을 스스로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전이 성공해도 얻는 이득이 크지 않은 반면, 작전이 실패했을 때의 피해는 훨씬 크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은, 도루 등 '뛰는 야구'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부상 가능성이었다. 염 감독도 이 사실을 체감하고 노선을 조금 수정한 듯하다. 4월에 '미친 듯이 달렸던' LG는 5월 들어 도루 시도를 조금 줄였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LG와 정반대로, '역대 최악 수준의 공격력'을 보이는 팀도 있다.
 

한화 이글스 : 역대 최저 수준의 공격력

한화 이글스 '노시환' 선수

노시환이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떠올랐고 채은성이 분전하고 있지만, 한화 타선은 많이 빈약하다. 둘을 빼면 리그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보이는 타자를 찾기 어렵고, 해당 포지션별 '공격력 꼴찌'인 선수가 오히려 많다. 채은성, 노시환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이 친 홈런을 다 합쳐도 5개에 불과하다. 타선에 허점이 너무 많다 보니, 전체적인 공격력은 올 시즌뿐만 아니라 '역대 최악' 수준이다.


한화의 다른 전력은 많이 강해졌다. 문동주, 김서현의 가세와 다른 국내 투수들의 성장, 외국인 투수들의 준수한 활약 속에 마운드가 몰라보게 강해졌다. 5월 평균자책점은 3.08로 리그 1위다. 투수진의 선전을 뒷받침하는 건 수비력이다. 팀 수비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DER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비율)이 68.3%로 리그 1위다. 한동안 한숨이 절로 나오는 허약한 수비 때문에 '행복 수비'라는 조롱을 받았던 팀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한화 이글스 '오그레디' 선수


그러니까 한화는 꽤 단단한 방패를 갖추고도, '역대 최악' 수준의 공격력에 발목을 잡혀 있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한화 팬들의 초점은 오그레디에 맞춰져 있다. 현재까지 오그레디는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타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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