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규탄” 거리로 나온 10만 간호사들···의료현장 차질은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간호사들이 19일 광화문 거리에 모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권을 협의한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다수의 간호사들이 연차를 쓰고 집회에 참석해 일각에선 의료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의료현장에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대한문 일대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김영경 간협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을 설계해야 할 여당과 정부가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작해 5000만 국민을 우롱하고 62만 간호인들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며 “우리는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에 소상히 알리고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종대로 일대는 ‘간호법’이라고 적힌 민트색 팻말로 가득찼다. 주최 측인 간협은 대회에 참가한 인원이 전국 시·도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들과 간호대 교수·학생 등 모두 합해 1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거리에 모인 간호사·예비간호사들은 “간호법 거부책임 복지부는 각성하라” “앞뒤 다른 국민의힘 총선에서 심판한다” “간호법 제정약속 즉각 이행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강류교 보건교사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자격을 보유한 보건교사의 의료행위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학교에 있는 중증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간호를 제공해 학생들을 지키고 도울 수 있는 법이 없다. 학교에도 간호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다. 김영희 예비역 간호장교는 “병원에 있는 환자만 환자고 지역사회에서 병원에 올 수 없는, 그렇지만 계속적인 간호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환자도 국민도 아니란 말이냐”며 “그들을 위해 의사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직접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면 간호법을 반대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협은 이날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이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거짓선동’이라고 적힌 빨간색 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어 16개 시·도 간호사회장들이 모여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총선기획단 출범 선언문에서 “간호법에 악법 프레임을 덧씌운 부패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하고 62만 간호인은 모두 1인 1정당 가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간호사들의 준법투쟁 이후 이날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까지 열리면서 일각에선 의료공백이 우려됐다. 간협은 앞서 채혈과 봉합,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등 간호사가 수행할 경우 불법이 되는 업무 목록을 현장에 전달해 거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이날 간호사들이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석한 병원들에서는 근무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는 등의 대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날과 달리 큰 집회가 열린 날이라 결원 규모는 다소 늘었다”면서도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진료나 수술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 17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병원 진료와 운영 전반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그래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간호사들의 참여 강도가 더 강해진다면 현장의 분위기가 변할 가능성은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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