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이제 그만 …'알짜 코인' 감별법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비트코인은 약 60% 올라 주요 투자자산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첫 거래를 시작한 코인 앱토스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무려 5배 올랐다. 올 들어 미국 긴축정책과 은행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주식 등 기존 투자자산이 주춤하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코인 시장에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코인 시장은 투자자 보호나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가 부재한 여파로 투자 관련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현재는 코인 투자에 필요한 정보와 지표를 민간 사업자나 플랫폼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크립토퀀트와 쟁글, 해외에서는 메사리와 난센 등 여러 코인 정보 회사가 활동하면서 투자에 유용한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투자자라면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지표다. 반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알트코인 투자자라면 어떤 코인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가장 중요하다. 비트코인은 매매 타이밍을, 알트코인은 코인 내재 가치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될 여러 지표가 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처럼 코인에 투자할 때도 각종 지표를 확인해보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코인 투자에도 발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코인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인 MVRV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가치 투자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인사다. 가치 투자의 시작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주식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가 얼마나 낮게 평가돼 있느냐가 바로 낮은 가치에서 시작해 높은 가치로 가는 여정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코인 시장에서도 PBR에 해당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시가총액 대비 실현 시가총액 비율(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MVRV)이다. 실현 시가총액은 각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구매한 가격과 개수를 곱해 구한 총액을 말한다. 즉 시중에 유통되는 비트코인의 총구매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MVRV가 3이라면 현 시가총액이 총구매금액 대비 3배 올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총구매금액을 기업의 순자산에, 현 시가총액을 기업의 전체 주식 가치에 대응시킬 수 있어 PBR처럼 현재 비트코인이 저평가 상태인지 고평가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MVRV는 특히 코인 강세장이 시작하고 끝나는 타이밍을 잘 짚어내면서 신뢰도를 얻었다. 윤해성 업라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코인이 급등하기 전인 작년 하반기 비트코인 MVRV는 0.7까지 떨어져 매수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보냈다"며 "증시 격언인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에 MVRV를 적용하면 무릎이 1, 어깨가 3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VRV는 비트코인의 공개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크립토퀀트에서 차트를 제공한다. 몇몇 코인 정보 사이트에서는 표준점수를 적용한 MVRV z 스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MVRV 비율과 큰 차이는 없다.
코인 내재가치 평가 '네트워크 활성화' 지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내재가치 평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새로운 코인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뒤처진 코인은 거래소의 거래 지원 종료를 거쳐 소리 없이 사라진다. 주식 시장에서는 영업이익과 같은 기업의 실적이 주가를 판별하는 주요 지표가 되지만 코인에는 아직 이 같은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인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에 따르면 내재가치 판별에 도움이 되는 개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한 상품에 대한 사용자 수요가 형성되면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멧커프의 법칙으로 구체화되는데,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이다. 제록스 연구원인 밥 멧커프가 정립한 법칙으로 인터넷 경제의 3법칙 중 하나로 꼽히며 페이스북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활용되면서 신뢰를 얻었다.
코인에서 멧커프 법칙을 활용한 지표로는 시가총액멧커프비율(Network Value to Metcalfe Ratio·NVM)을 들 수 있다. NVM 역시 비트코인에서 주로 활용된다. 활성화된 지갑을 네트워크 사용자로 간주하고 사용자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구해 높으면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16일 기준 비트코인의 NVM은 0.43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를 터치한 4월 중순 0.58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소폭 하락했다.
또 다른 지표로는 일일 활성화 주소 수(Daily Active Address·DAA)를 들 수 있다.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네트워크 가치가 상승하는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이용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지갑이다. 이더리움 등 다른 알트코인의 성장세를 가늠할 때 활용한다.
이더리움의 활성화 주소 수는 2018년 탈중앙화 금융 열풍이 불었을 때 처음으로 70만개를 넘겼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약 50만개에 머무르면서 이더리움 가격도 비트코인이 60% 이상 오르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사용자가 추가될수록 유동성, 상호 교류, 호환성 개선 효과가 발생해야 해당 코인의 내재가치가 함께 오른다"며 네트워크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규제 없어 지표 신뢰성 수시 확인해야
비트코인을 제외한 여러 알트코인은 투자 지표를 인위적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신생 코인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대규모 코인 무상 제공(에어드롭)을 통해 단기간에 사용자를 급격히 늘려 네트워크 효과의 인위적 부양을 꾀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에어드롭은 특정 사용자에게 이득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네트워크 사용자를 늘리고 고정시킴으로써 활성화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올해 코인 시장에서 화제가 된 블러, 아비트럼 등이 에어드롭으로 사용자를 대규모로 늘린 대표적인 사례다. 이때 초기에 급격히 늘어난 사용자가 시간이 갈수록 이탈하기 때문에 코인의 가격도 우하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 관련 투자 지표에서도 코인 거래소 내부 거래는 네트워크상에 포착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전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간 가격 차를 지표화한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을 활용한다. 그러나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표를 100% 보완할 수 없다는 것도 숙지해야 한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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