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내 몸집 두 배”… 투자에 힘 싣는 구자은號 LS

권유정 기자 2023. 5.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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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선 자회사 투자 유치
M&A 등 앞세워 몸집 확대
신사업은 ‘배·전·반’이 핵심

LS그룹이 2030년까지 자산을 5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인수합병(M&A)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재계에서 재무통으로 불리는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을 따라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LS그룹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미국 전선회사 수페리어에식스(SPSX)가 국내 사모펀드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SPSX의 통신케이블 부문(SEABL)을 분리해 미국 뉴욕이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SEABL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올해 1월 2일 경기도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청사진인 '비전 2030'을 소개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LS그룹은 지난 2008년 SPSX를 인수했는데, 당시에는 구 의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던 LS전선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 주식 공개매수로 해외기업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였는데, LS전선은 약 한 달 동안 주식 공개매수(지분 86.88%)와 주식 청약(7.04%)을 통해 SPSX 지분 93.92%를 확보했다.

이번에는 LS전선이 아닌 LS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이끄는데, LS그룹이 올해 초 발표한 ‘비전2030′과 관련 있다. 구 회장은 현재 25조원대인 그룹 자산을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늘리고, 이를 위해 앞으로 8년 동안 20조원가량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PSX는 확보한 재원을 차입금 상환,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에 쓸 예정이다.

구 회장의 투자 행보는 전임 회장인 구 의장의 선례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구 회장은 LS그룹이 출범 시기부터 고수해 온 사촌 경영 원칙에 따라 2021년 11월 고(故)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에 이어 그룹 수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첫해 좋은 실적을 낸 구 회장은 향후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구 의장은 회장으로 지내면서 투자를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해 왔다. 고려대 경영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구 의장은 지난 1978년 LG상사에 입사해 국제금융부장을 거쳤다. 이후 1995년부터 LG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5년간 근무했고, 2001년 LG전선으로 옮겨 재경부문장, 최고경영자(CEO), 회장을 맡았다.

구 회장은 재무보다는 영업 쪽에서 이력을 주로 쌓았지만, 구 의장이나 임원진의 지원을 바탕으로 M&A를 비롯한 투자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구 회장이 ㈜LS 대표이사로 낙점한 명노현 부회장은 LS전선에서 재경담당 상무,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명 부회장과 함께 ㈜LS에서 CFO였던 도석구 LS MnM 부회장도 승진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 구자은(왼쪽 세번째) LS그룹 회장이 LS전선 폴란드 법인(LSEVP)을 찾아 명노현(왼쪽 두번째) (주)LS 부회장과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최근 LS그룹은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절차에도 착수했다. LS그룹 계열사인 LS네트웍스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이베스트투자증권 최대 주주를 PEF 운용사인 지앤에이(G&A)에서 LS네트웍스로 바꾸는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냈다. 오는 6월 말 G&A의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회사를 직접 인수해 경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구 회장은 취임 직후 LS니꼬동제련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도 했다. LS니꼬동제련은 약 23년 동안 LS와 일본 주주 JKJS의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됐는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JKJS가 보유한 지분 49.9%를 인수했다. LS는 지분 인수 이후 사명을 LS MnM으로 바꿨고 일본 주주 배당 요구로 부진했던 신사업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구 회장의 취임 첫 경영 성적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LS그룹은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각각 19.5%, 29.3% 증가했다. LS그룹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2003년 LG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처음이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LS MnM, LS전선, LS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선방한 덕분이다.

출범 이후 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을 두고 구 회장은 그 공을 구 의장에게 돌렸다. 그는 “전임 회장인 구 의장이 뿌릿 씨앗을 임직원들이 잘 경작한 결과”라며 “나는 추수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기존 주력 사업 위에 구자은이 뿌린 미래 성장 사업의 싹을 틔움으로써 비전 2030을 달성하고 그룹의 더 큰 도약을 일구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구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이른바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인터배터리 2023을 찾아 전기차 분야 소재, 부품, 충전 솔루션 등 그룹 사업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유럽에 있는 전기차용 권선, 배터리 부품, 통신 케이블 공장을 직접 방문해 첫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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