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가정·학교 등 1차 공동체 웹을 복원해야 한다" 월드와이드웹이 가져올 재앙 경고한 美 역사학자
사람들은 '웹(Web)' 단어를 빌 게이츠가 상용화한 단어 정도로 생각하지만 웹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웹의 본뜻이 '거미줄'인 데서 알 수 있듯 웹은 인간을 연결하는 통로를 의미한다.
웹은 선사시대부터 있었다. 지금과 비교해 속도는 많이 느렸겠지만 웹은 분명히 존재했다. 외따로 떨어진 호주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거의 비슷한 모양의 활과 화살을 사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카고대학 교수를 지낸 원로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세계사를 웹이라는 관점으로 본다.
웹은 세 번 정도의 결정적 사건을 거쳐 비약적으로 진화했다.
첫 번째 사건은 농경사회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정주를 시작하면서 구성원들은 하나의 웹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황하 등은 모두 하나의 웹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사건은 산업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은 수만 년이 걸렸을 소통을 단시간 내에 가능하게 했다. 산업혁명이 확장시킨 웹을 따라 사람과 물자와 기술과 사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결정적 사건은 IT혁명이다. IT혁명은 여러 개 웹을 하나의 거대한 웹으로 통합했으며, 인간을 웹에 가담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웹은 역설적이게도 사회를 계층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연결통로를 장악한 사람들은 웹의 구성원 중 효율적인 존재만 남기고 비효율적인 구성원들은 도태시키기 시작했다. 전 세계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전쟁터에서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새로운 문제도 등장했다. 모든 사람이 월드와이드웹이라는 현장을 공유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됐다. 소외된 조직이나 구성원들은 주류 웹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됐다. 이것은 예상치 못한 사이버 테러 등 폭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윌리엄 맥닐은 이 같은 사회현상을 크게 우려한다. 그는 1차 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거대공동체인 월드와이드웹 말고,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보듬을 수 있는 1차 공동체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대한 웹은 구성원들을 자꾸 보잘것없고 불운한 존재로 만든다. 예전에는 마을 노래자랑에서 1등만 해도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세계 최고만을 인정하는 웹 앞에서 그저 초라해질 뿐이다.
맥닐은 가정과 학교, 마을 등 1차 공동체의 기능이 복원돼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웹의 지배가 계속되면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와닿는 주장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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