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부산교대가 불 지핀 ‘대학 통합’ 전국으로 확산되나
“졸속 통합 우려” 대학가 갈등도 격화
지방대 30곳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공고 후 처음으로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이 결정되면서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인 전국 대학들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통합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분규도 일어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대학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10곳이 넘는다. 지방 국립대 중에서는 충남대·한밭대와 강원대·강릉원주대가 통합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안동대·경북도립대도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립대 중에서는 같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들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현재 동일 법인인 영남대·영남이공대, 계명대·계명문화대,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지털대 등이 통합안 제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전날 대학 글로컬대학 사업에 공동참여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사실상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확정해 글로컬대학 선정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현재 진행중인 다른 대학의 통합 논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컬대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 간 통폐합 등 고강도 개혁을 전제로 2026년까지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교육부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기피현상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의 입장에서는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2021년 통합이 한 차례 무산됐던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학생회 등의 반발에도 통합 방침을 확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역거점국립대와 교대가 통합한 것은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합한 후 처음이다.
대학 간 통폐합이 아닌 다른 방식의 구조개편을 시도하는 대학도 있다. 경북의 사립대인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는 일부 특성화 학과를 공동 운영하는 연합대학 형태의 ‘경북글로컬대’를 발족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전북대는 유사한 교과목을 통합해 학과 수를 대폭 줄이는 학사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들의 최대 과제는 통합을 반대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내홍을 수습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대 재학생들은 글로컬대학 참여를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고 반발하며 통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충남대·한밭대에서는 교수회가 통합에 반발하고 있고, 충남대 학생들은 통합 반대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구성원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5쪽 분량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되면 오는 9월 본지정 평가 전에 구성원들의 통합 동의서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야 한다. 통합을 둘러싼 학내 갈등을 잠재우지 못하면 대학본부가 통합을 강행하더라도 본지정 평가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통폐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글로컬대학 신청 시한에 맞춰 급하게 진행하다 보면 ‘졸속 통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남대 교수회는 최근 성명에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는 통합계획을 짧은 시간 안에 수립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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