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업무는 거부, 1인 1정당 가입하길"…간호사들, 피켓 다시 들었다

정심교 기자 2023. 5. 19. 16: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업무지시는 강력히 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간호사 10만 명(주최 측 추산)이 19일 서울 광화문 앞 대로에 또 집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처음 개최한 총궐기대회다. 대한간호협회 소속인 이들은 지난 12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행사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외친 바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간호법은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각 직역의 요구와 우려 사항을 모두 반영해 대안을 마련했고, 여야 국회의원 179명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 약속을 어겼고, 복지부는 간호법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섰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준법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가 아닌 일에 대해 과감히 거부하자는 단체 행동이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불법은 단호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이를 통해 간호법으로 간호사 업무만 하고자 했던 우리의 명분과 정당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호협회는 총선기획단을 출범했다. 이들은 "총선기획단을 꾸려 간호법을 악법으로 몰아 대통령 거부권에 이르게 한 부패 정치인과 관료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1인 1정당 가입하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이는 그동안 간호법을 끝까지 지지해온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정치적 셈법으로 읽힌다. 간호협회는 현직 간호사 50만 명, 예비 간호사(간호대학 학생) 12만 명 등 62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상태다.

간호사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로에서 '간호법'이라고 쓴 피켓을 들며 국회의 간호법 재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다음은 이날 간호협회가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낸 규탄 성명서 전문이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성명서

지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는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간호법 반대 단체의 허위 주장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기 때문입니다. 간호법의 진실은 감춰지고 거짓에 기반해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 약속을 어겼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섰습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반대단체들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의료계의 갈등을 부추겼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했습니다. 이는 책임 있는 정부 여당의 자세가 아니며, 국가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간호법은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각 직역의 요구와 우려사항을 모두 반영해 대안을 마련했고, 여야 국회의원 179명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중재에 나선 국민의힘의 중재안은 간호법을 형해화하는 수준이었고, 보건복지부는 객관적인 중재보다 왜곡된 주장으로 갈등을 방임하고 조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한간호협회와의 정책협약으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2명의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를 하고, 46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협회와의 정책간담회, 정책선포식, 정기대의원총회 등 수많은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으며, 증거 자료와 기록이 차고 넘칩니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에 근거한 정의로운 결정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간호법이 위험한 법이자 분열만 일으키는 악법이라는 가짜프레임을 덧씌워 결국 간호법 거부에 이르도록 한 것입니다. 허위 주장에 근거한 갈등은 실체가 없는 조작된 갈등일 뿐입니다. 그런데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을 설계해야 할 여당과 정부가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작해 5000만 국민을 우롱하고, 62만 간호인들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 저항할 것을 선언합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보다 나은 간호 돌봄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5000만 국민들께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히 알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릴 것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안이 다시 국회로 보내졌지만, 재의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결코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간호법은 전 국민적 이슈가 됐고, 많은 국민들께서 간호법의 필요성과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우리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우리의 간호법 투쟁 역사는 또 다른 역사를 이어가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제 대한간호협회는 총선기획단을 조직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간호법을 악법으로 몰아 대통령 거부권에 이르게 한 부패정치인과 관료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입니다. 또한 약속을 뒤집는 배신의 정치, 진실을 감추는 파렴치 정치, 신뢰를 저버린 가짜정치를 반드시 단죄할 것입니다.

한편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업무지시는 강력히 거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불법은 단호히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간호법으로 간호사 업무만 하고자 했던 우리의 명분과 정당성을 되찾을 것입니다.

2021년 3월 간호법 발의 이후 지난 2년 동안 1인 시위, 국회 앞 집회 및 각종 대규모 집회 등 여러 모양으로 간호법 제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해주신 50만 간호사 회원 및 12만 간호대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5월 19일

대한간호협회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