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보이즈로 곤혹”…현대차·기아, 2억달러 보상합의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5. 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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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탈선 청소년들 사이에서 ‘도둑질 챌린지’의 표적이 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차량 도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합의했다.

18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미국 법인은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이 지출하게 될 금액은 약 2억달러(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차량 손실 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도난 방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일부 차량 소유주에게는 도난 방지 장치 구입시 최대 300달러(약 40만원)까지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법적책임 아닌 신뢰회복 노력
양사는 완성차 제조사로서 차량 도난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피해 보상에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 장착 여부에 대한 최종 선택을 소비자에게 맡겼을 뿐,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완성차 제조사에게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사양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등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고, 이 암호 신호가 엔진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도난 방지 시스템이다.

틱톡 때문에 유행 된 절도범죄
자칭 ‘기아보이즈’가 절도 차량을 거칠게 운전하는 모습을 과시하듯 찍어 올린 영상. [틱톡 캡처]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말이다. 미국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 분석에 따르면, 2015~2019년 출시된 현대차·기아 모델의 2021년 상반기 도난 빈도는 차량 1000대당 2.2건으로, 같은 연식의 다른 차량들(1.2건)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지난해 7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등에서 USB 케이블을 이용해 이모빌라이저 미장착 차량을 훔치는 수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퍼졌다. 미국 청소년들이 이를 따라하는 ‘기아 보이즈’ ‘기아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모빌라이저 기본장착률 51%
다만,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현대차·기아의 오판도 한몫했다. 경쟁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사양에 포함시켰지만, 현대차·기아는 2021년까지도 일부 모델에서 이모빌라이저를 선택 사양(옵션)으로 분류했다.

HLDI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된 2015년식 모델 중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한 비율은 96%였지만, 현대차·기아는 26%에 그쳤다. 2020년식 모델의 이모빌라이저 기본 장착률이 99%에 이를 때에도 현대차·기아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11월 이후부터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옵션의 옵션으로 판매한 패착
현재 미국에서 주행하는 현대차·기아 차량 중 약 900만대가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지 않은 기본 모델로 알려졌다.

미국 소비자들은 옵션을 추가하지 않는 기본 사양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입장에선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기아의 기본 모델을 구입해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서 판매된 ‘2015 기아 포르테 5 EX’는 출시 당시 생산자권장가격(MSRP)이 1만9690달러로 책정됐다. 여기에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려면 차량 가격이 2만2990달러로 16.7% 뛰었다. 이모빌라이저 옵션이 포함된 ‘프리미엄 패키지’(2700달러)를 선택하기 위해선 ‘UVO 패키지’(600달러)를 함께 신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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