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줄어든 DB하이텍, 불황 이겨낼 전략은

백유진 2023. 5. 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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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익 전년 동기비 54.3%↓
고부가가치 '전력반도체'로 위기극복
/그래픽=비즈워치

전세계적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 불똥이 번졌다. 작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시장 회복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한 만큼,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전문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복안이다.

영업익 줄었지만…선방했다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2982억원, 영업이익 829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한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파운드리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도체 불황에 영향을 덜 받는 축에 속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PC·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수요 부진과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악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DB하이텍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따라 작년 3분기 49.3%까지 치솟았던 영업이익률은 27.8%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1%P(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이는 전체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선방한 수준이라는 게 DB하이텍 측 설명이다. 회사는 "전력반도체 분야 경쟁우위의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둔화를 최소화했으며, 영업이익률은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2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시장 악화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의 성적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TSMC의 1분기 매출은 5086억3300만 대만달러(약 25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 늘어난 2312억3800만 대만달러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성장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반도체 실적 부진 원인 중 하나로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여파가 주요 팹리스(설계) 및 세트 업체의 높은 재고로 나타나면서 주문 감소가 있었고 그 영향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 가동률 변화 추이./그래픽=비즈워치

가동률 하락에 수익성 '뚝' 

DB하이텍의 수익성 악화는 가동률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시설은 수요가 줄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제품 수요가 늘어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익성에 긍정적이다. 

올 1분기 DB하이텍의 생산기지인 경기도 부천캠퍼스와 충북 상우캠퍼스의 평균 가동률은 77.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97.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0%P 가까이 줄었다. 특히 상우캠퍼스의 경우 가동률이 60%대까지 추락했다. 올 1분기 부천캠퍼스의 가동률은 89.4%, 상우캠퍼스는 62.1%였다.

코로나19 이후 TV, 노트북, PC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며 반도체 품귀로 8인치 파운드리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DB하이텍은 수요 대응을 위해 지난 2년간 각 생산라인을 풀가동 해왔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경기침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고 재고 관리에 나서자 DB하이텍도 가동률 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가동률을 낮추며 재고 조정에 나섰지만, 재고자산은 오히려 늘었다. 1분기 DB하이텍의 재고자산은 754억원으로 전년 동기(737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DB하이텍 재고자산 및 연구개발비./그래픽=비즈워치

불황 이겨낼 '전력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산업은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PC·스마트폰 및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의 재고 조정은 파운드리 업체 단기 실적에 계속 영향을 미치며 올 3분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며 "전체 가동률은 2분기 바닥을 치고 하반기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 불황 속에서도 부가가치·성장성이 높은 제품의 비중을 늘려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고전압 전력반도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13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에는 392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약 6% 성장할 전망이다.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는 모바일, 가전에서 자동차·산업에 이르기까지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특징으로 해 타 제품군에 비해 경기 변동에 안정적이다. 그중에서도 DB하이텍은 모바일에 비해 수요가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고객별 특화 제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 2일 팹리스 사업을 영위하는 브랜드 사업부를 'DB글로벌칩'으로 분사한 만큼, 파운드리 사업의 전문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DB하이텍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어 고객사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고객사들은 기술 유출 우려가 없는 순수 파운드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향후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기업, DB글로벌칩은 순수 팹리스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사측 구상이다. 

올해 들어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린 것도 각 사업의 전문성 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DB하이텍의 연구개발비는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고전압 전력반도체 신규 제품을 확대하고 자동차 및 산업용 분야 비중을 늘려 실적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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