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되는 ‘후판 가격’ 협상 난항…도대체 왜?
철강업계 “항상 조선사와 줄다리기”
조선업계 “제조원가 20%가 후판”
19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는 4개월이 소요됐다. 통상적으로는 연초에 협상을 시작해 4월에 마치지만 올해에는 한 달이 더 걸린 셈이다. 이를 놓고 철강업계에선 “조선사와 협상할 때마다 이렇게 난항을 겪는다”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봉형강), 자동차(강판), 가전(도금) 업계와의 협상은 순조롭게 마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협상이 다소 난항을 겪더라도 일반 대중이나 언론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계와의 협상에선 포뮬러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가령 철강업계와 건설업계는 전월 고철 가격에 연동된 ‘포뮬러(가격 책정 공식)’를 마련해뒀다는 것이다. 고철 가격이 5% 이상 변하면 상승·하강분에 따라 철근 가격이 책정된다. 지난 2월부터는 전력비용도 포뮬러에 반영됐다. 이를 통해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철강업계 설명이다.
또 철강업계 관계자는 “2021년 이전에 조선업이 불황을 겪을 때는 원자재값 상승에도 5년간 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동결해왔다”며 “국내 철강 가격도 글로벌 가격에 연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한다”며 다른 업계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원가 20%를 차지하는 만큼 조선업계도 후판 가격 협상에선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도 늘고, 선가도 올랐는데 턴어라운드 속도가 더딘 이유는 원가 상승 때문”이라며 “후판 가격 상승으로 충당금을 쌓느라 수주가 늘어난 만큼 이익이 증가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판 가격 협상을 마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철강·조선업계에선 후판 가격이 조선업 경쟁력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놓고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한국 조선사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값싼 중국산 후판을 들여오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제철·조선 기술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취지다. 조선업 경쟁력에 후판 품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오히려 중국 조선사들은 자국에서 후판을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철강업계가 무리하게 후판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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