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임직원, 투기 사업 참여…이사회는 솜방망이 처분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투기 사업에 참여하고, 관련 법인에 새마을금고의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새마을금고는 이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감독기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징계 처분을 무시한 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문제를 일으킨 임원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19일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구리새마을금고(이하 금고)의 임원 A씨와 직원 B씨, C씨는 지난해 새마을금고 임직원으로서 부적절한 투기적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A씨와 B씨는 개인 자금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기 사업 관련 법인에 금고의 자금 15억3000만원을 대출해 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개별 금고의 감독기관 역할을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이 ‘임직원의 투기적 사업 참여’, ‘임직원 관련 법인 특혜 제공 및 이사회 기망’ 등 이해상충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A씨는 개선, B씨는 징계면직, C씨는 정직 3월에 처할 것을 금고에 통지했다. 개선은 임원 징계 중 가장 강도가 높은 처분으로, 해당 임원을 물러나게 하고 다시 선출하라는 조치다. 징계면직 역시 직원 징계로는 가장 강한 처분이다.

하지만 금고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A씨를 견책, B씨와 C씨를 정직 3월에 처하기로 의결했다. 견책은 임원 징계 중 개선, 직무정지보다 가벼운 수준으로, 잘못이 있음을 인정은 하되 현직을 유지하도록 해 인사상 불이익이나 재산상 불이익은 받지 않는 조치다.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를 감경한 것이다.

이에 중앙회는 올해 2월 제재 지시 미이행에 따른 이행을 촉구했지만 금고 이사회는 3월 초 이사회에서 B씨를 정직 6월로 수정하고 A씨는 견책으로 유지했다.

중앙회가 3월 말 재차 시정을 지시했지만 금고 이사회는 지난달 회의에서 B씨만 징계면직으로 시정하고 A씨는 개선으로 바꾸지 않은 채 견책 결정을 고수했다.

금고와 중앙회가 반 년 이상 의견 대립을 이어온 가운데, 해당 직원은 징계면직이 되긴 했지만 정작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임원은 자리를 보존하고 있어 ‘꼬리 자르기’가 된 형국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직원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성실 의무와 윤리 의무가 있는데, 구리새마을금고 임직원의 경우 새마을금고 직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어 징계 지시를 했다”면서 “중앙회가 감독기관으로서 처분을 했는데 금고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여러 조치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내부 징계와 별도로 금고 임직원의 투기적 사업 참여는 ‘새마을금고법’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새마을금고법은 “금고 또는 중앙회의 임직원이 자금을 금고나 중앙회의 사업 목적 외에 사용·대출하거나 금고나 중앙회의 재산을 투기 목적으로 처분하거나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고나 중앙회의 임직원이 감독기관, 총회, 이사회에 대하여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서면 진술 포함)한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무부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금고 또는 중앙회의 임직원이 새마을금고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정관으로 정한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임원에 대해 개선, 직무정지, 견책, 경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법적 판단은 중앙회 또는 이해당사자의 고소·고발이나 인지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중앙회 관계자는 “법적 판단 진행 여부나 새마을금고법 위반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중앙회가 이렇게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징계를 했을 정도면 당연히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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