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멋진 샷보다 망가진 진흙투성이에 꽂혔다...'신 스틸러' 김주형의 고된 하루

오광춘 기자 2023. 5. 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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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는 63위, 분명 주목받을 만한 성적이 아닌데 이른바 '신스틸러' (scene-stealer), 즉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 됐습니다.

김주형은 공을 찾으려다 온 몸이 진흙투성이가 됐습니다. 공을 못찾고 허탕을 쳤지만 이 장면이 골프팬들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사진=PGA투어 트위터)
해외에선 톰 킴, 우리나라에선 김주형(21)으로 불리죠. 김주형은 진흙투성이가 된 이 장면으로 모든 시선을 낚아챘습니다.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1라운드 6번 홀(파4). 김주형의 티샷은 벗어났습니다. 개울을 지나쳐 한쪽 수풀로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김주형은 공을 찾으러 거침없이 들어갔죠.

이런 모습 처음이죠. 진흙더미에서 엉망이 된 김주형의 사투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화제가 됐습니다. (사진=PGA투어 트위터)
그런데 그곳은 푹푹 빠지는 진흙더미였습니다. 공을 찾기는커녕 그곳에 갇혀 빠져나오기도 힘든 상황, 간신이 기어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모습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허리께까지 덕지덕지 흙이 묻었습니다. 수건으로 닦으려다 결국 개울로 가서 다리와 손을 씻은 뒤에야 돌아왔습니다. 셔츠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죠. 이 과정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김주형은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신 스틸러'였습니다. 멋진 샷보다 관심을 모은 건 엉망이 된 김주형의 진흙투성이 모습이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결국 김주형은 6번 홀에서 보기를 했습니다. 1라운드는 3오버파로 공동 63위.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김주형의 진흙과 사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기저기로 뿌려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닥치는 예측 불가의 상황,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드러나죠.

김주형에겐 팬들이 몰립니다. 사인 요청도 이어집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타수 하나를 줄이기 위해 늪처럼 빠지는 수풀을 헤치고 들어갔던 절박함을 모두 기억했습니다. 아무런 실익 없이 낭패만 본 상황에서도, 짜증이 나고 인상을 찌푸릴 만한데 그 허탈함을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과정도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멋진 샷 하나가 불러내는 위대함보다 어찌 손쓸 수 없는 난관을 마주하는 소탈함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건 아닐까요.
언제나 밝고, 늘 웃음기가 있는 김주형의 모습이 많은 골프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건 아닐까요. (사진=AFP연합뉴스)

김주형은 경기 후 인터뷰를 하다 주위에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진흙과 싸운) 이 상황을 다 알고 있느냐”고. 건네받은 휴대폰으로 중계된 영상을 지켜본 뒤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한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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