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UN서 중국에 호통친 여성…韓, 아시아 인권 가치 중심국으로 나아가야

원재천 한동대 교수·국제법센터 소장 2023. 5. 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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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영토 내 있는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와 강제 결혼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알고 있는가, 귀국은 어떤 탈북여성보호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중국 심의에서 달리아 레이나르테(Dalia Leinerté) 위원이 중국 대표에게 한 질문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유엔 조약 기구에서 ‘중국 내 탈북여성 인권유린’ 문제를 중국에 공식적으로 거론한 첫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이다.

한편,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양복 옷깃에 ‘파란 리본’ 형상의 배지를 달고 현충원과 대통령실을 방문했다. 파란 배지는 13세 여중생 시절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요코타 메구미를 비롯해 북한에 납치된 일본 국민의 귀환을 염원하는 상징물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시 미국 의회 연설에서 통일부의 북한 인권 보고서를 언급하며 북한 인권 개선의 시급성을 명시했다.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는 북한 단체여행 중 체제 선전물을 파손해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식물인간이 돼 미국에 돌아와서 사망한 오토 웜비아의 모친을 만나 위로하였다. 또한 미국 법원은 관찰 부검에서 고문 및 여러 가혹행위의 증거를 인정하고 5억 달러의 배상금을 북한 정부에 부과하였다. 이렇듯 북한 인권 문제는 이미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문제가 되었다.

원재천 한동대 통일과평화연구소 소장

서양 옛말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신통일 미래 구상’의 골격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제껏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대 통일담론의 하위 정책 개념으로 취급해왔다. 사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지금까지의 통일 정책은 북한에 핵무기를 안겨 주었고, 시급한 북한 인권 문제를 간과하여 지금도 중국에서 북한의 여성들이 팔려 다니거나 강제북송을 당하고 있다. 또한 봉건적 연좌제로 인해 죄 없는 아동과 여성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전시∙전후 납북자, 국군 포로의 생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정욱씨를 포함 6명의 한국인이 지금 북한에 억류돼 있음에도 그 어떤 정치인도 리본을 달고 다니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북송당한 10만여 명의 우리 동포들의 안위는 누가 챙길 것인가? 이제 통일 정책은 환골탈태하여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이제 세계는 신냉전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법적인 기본 평화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유럽과 힘을 우선한 러시아 국가주의 사이의 대결의 장이 되었으며, 중국의 마르크시스트-레닌주의 공산 이념으로의 회귀는 미국과 아시아 우방국 사이에 새로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신냉전은 과거처럼 이념과 영토에서의 분쟁만이 아닌, 과학기술에 기반한 우주, 인공지능, 사이버, 반도체 분야에서의 무한 경쟁이 될 것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과연 대한민국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살길은 신냉전 국면에서 ‘천륜과 인륜’에 기반한 가치전쟁의 승자가 되는 길이다. 아직도 어두운 밤이지만, 분명히 자유와 인간존중의 아침이 한반도와 아시아에 도래할 것이다. 어둠은 절대로 빛을 이길 수 없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레이나르테 위원의 호통은 지금도 이방인들에게 팔려 다니는 우리 딸과 어머니들의 한 맺힌 절규이며, 여성과 아동을 존중하는 보편적 가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에 기반한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아시아 인권 가치 중심국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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