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울 수 있어 행복한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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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때 친구가 허리에 책보를 메고 학교에 가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엄마가 10살때부터 일만 시켰어요. 태청야학이란 학교가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60~80대 노인들이 늦깎이 공부를 하러 모이는 서울 최장수 야학 '태청야학'.
백발 노인이 되도록 까막눈이었던 설움보다는 이제라도 알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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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때 친구가 허리에 책보를 메고 학교에 가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엄마가 10살때부터 일만 시켰어요. 태청야학이란 학교가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60~80대 노인들이 늦깎이 공부를 하러 모이는 서울 최장수 야학 ‘태청야학’. 이곳 사물함 안에 빼곡히 들어찬 학생들의 그림일기에는 ‘행복하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백발 노인이 되도록 까막눈이었던 설움보다는 이제라도 알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다. 박탈당한 기회와 인생에 대한 회한이나 원망 보다는 현재에 대한 감사가 더 많이 담긴 일기들을 보자 저절로 겸허해졌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문맹률은 1966년 1%로 집계된 이후 사실상 ‘0%대’로 내려가 공식적인 조사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성인 비문해자는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04%도 되지 않는다. 비문해자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그러나 200만명의 비문해자가 삶에서 겪는 어려움은 내버려둘 만한 수준이 아니다. ‘까막눈’인 노인들은 지하철역이나 버스 번호를 못 읽고 노령 연금 수령조차 혼자 하지 못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식이나 이웃이 있으면 상황이 낫지만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고립된다. 노인의 문해력 문제는 디지털 소외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모바일 예약을 하지 못해 설이나 추석에 역에서 줄을 서거나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 사용법을 몰라 주문을 하지 못하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 빈번히 나온다.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생교육시설·야학 등 문해교육기관에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비 41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이를 전국의 1500개가 넘는 기관이 나눠 가져 일부 기관은 자원봉사자들이 한푼 두푼 모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야학들에서도 무인 키오스크 등을 도입해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현이 어렵다.
광복 이후 80%에 달하던 문맹률이 불과 80여 년만에 0%대가 된 것은 괄목할 성과지만, 이같은 압축 성장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뒤따른다. 국가의 빠른 성장을 위해, 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글 읽는 법을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공장으로 내몰렸던 어린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백발이 된 머리를 까맣게 염색해 파마하고, 손주 뻘 교사에게 한글과 숫자를 배우러 야학으로 모여든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빼앗겼던 기회를 다시 안겨 줘야하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책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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