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원가 아끼려다 도둑 맞고 집단소송에 2억달러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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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만 노린 차량 도난사건이 잇따른 것과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가 집단소송을 낸 피해자들과 보상 합의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 법인은 18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 보상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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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만 노린 차량 도난사건이 잇따른 것과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가 집단소송을 낸 피해자들과 보상 합의에 나섰다. 합의 규모는 최대 2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차값을 낮추려 대부분 차종에 들어가 있는 보안 부품을 장착하지 않았다가 수천억원을 뒤늦게 보상하게 된 모양새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 법인은 18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 보상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도난 사건 피해자들의 증가한 보험료와 보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손해 등을 현금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합의 참여자 수에 따라 합의금은 모두 2억 달러(27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회사 쪽은 언급했다. 현대차는 도난을 막기 위한 차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한편,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고객에 대해서는 도난 방지 장치 구매 때 최대 300달러의 보상이 제공된다고 밝혔다.
현대차 쪽은 미국 법원이 현대차가 제시한 합의안을 검토해 7월 예비승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합의 조건에 따라 집단 소송에 참여한 당사자들에게 통지된다.
앞서 지난해 여름 워싱턴, 오리건 등 미국 전역에서 현대와 기아 차량만 골라 훔치는 이른바 ‘기아챌린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도난에 취약한 ‘엔진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가 없는 현대·기아차만 노린 사건이었다. 이 장치는 자동차 열쇠에 고유 번호가 할당된 암호화된 칩을 넣어, 열쇠와 자동차 내 특정 부품이 조응해야만 시동이 걸리게끔 하는 보안 장치다. 1990년대 중반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이 처음 개발한 뒤 차량에 장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2011~2022년식 일부 현대차와 기아차 900만대에는 이런 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종에는 해당 장치를 넣어두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제네시스 등 고급 차종이나 스마트키로 시동을 거는 차량에는 이 장치가 모두 들어가 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 부재가 대규모 차량 도난 피해로 이어진 건 해당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넓게 공유되면서다. 구체적으로 범행을 담은 영상이 ‘기아 챌린지’ ‘기아보이즈’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틱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놀이’ 형태로 비화했고 모방범죄가 뒤따랐다. 이에 피해 차주들과 피해가 많이 발생한 주 정부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설계상 결함으로 도난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와 기아는 문제가 된 차들이 미국 당국이 요구하는 도난 방지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객 차량의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종에 대해선 차문을 강제로 열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스티어링 휠(핸들) 잠금 장치를 나눠주거나 구매 자금을 지급한다.
제이슨 어브 현대차 북미 최고 법률 책임자는 “고객 보안은 여전히 최우선 과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설치와 잠금장치 배포를 지속하여 도난을 방지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1월 이후 생산된 모든 현대·기아차는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고 있다는 게 미국 법인 쪽 설명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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