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없어 교사 휴게실에서…학교 상담 인프라 '부족'

진태희 기자 2023. 5. 19. 14: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12]

학교폭력 등으로 정서위기를 겪으면서, 심리 상담을 받는 학생들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엔 상담 교사뿐 아니라 상담을 할 공간 조차 턱없이 부족합니다.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 김제의 한 중학교 상담실. 


김화영 교사는 이곳을 포함해, 모두 7개 학교에서 학생 상담을 맡고 있습니다. 


하루에 맡은 학교는 두 곳. 많게는 차로 40분 거리를 이동해,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야 합니다. 


인터뷰: 김화영 전문상담순회교사 / 전북김제교육지원청

"오전에는 3명의 학생을 4교시까지 상담을 한 후에,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또 오후에는 1시 반까지 다른 학교로 2번째 출근을 하여 2명의 학생을 상담합니다." 


전문상담교사는, 정서 위기 학생의 심리 상담을 지원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때도 깊이 관여합니다. 


문제는 교육지원청 소속으로 여러 학교를 맡는 순회교사의 경우, 위기 상황에 바로 개입하기가 쉽지 않단 점입니다. 


인터뷰: 김화영 전문상담교사 / 전북김제교육지원청

"오늘 저한테 상담 신청을 했더라도 오늘 상담 스케줄은 꽉 잡혀 있기 때문에 일주일을 더 기다리거나 자살 자해 충동이 일어났을 때 긴급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가 그때 다른 학교에 순회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44.7%로, 순회교사를 빼면 37.9%까지 떨어집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전문상담교사는 한 학교에 최소 한 명이 배치 돼야합니다. 


앞서 교육부는 전문상담교사 정원을 2025년까지 7천 명대로 늘리기 위해, 매년 600여 명씩 증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더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지난해 800명대를 선발했지만, 올해엔 200명대로 급감한 겁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쭉쭉쭉 늘려가야 되는 상황인데 늘려야 될 인원들을 당겨쓴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상담 공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교 10곳 가운데 3곳에는 학교 상담실 '위클래스'가 없습니다. 


지역별 설치율 격차도 큰데, 가장 낮은 경북의 경우 전체 학교 절반 가까이에 위클래스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강찬 위원장 / 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클래스가 있으면 분위기도 안정되고 늘 선생님이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면 아이들도 쉽게 올 수 있는데, 위클래스가 없고 상주하지 않는다고 하면 아이들도 발걸음을 많이 끊게 되겠죠."


한 조사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학교폭력 사례와 학업중단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위클래스를 운영하는 학교는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더 활발하게 실시하고, 특히 가해 학생의 가해 재발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서 위기 학생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학교 안에서 마음 아픈 학생들을 살필 공간과 인력 확충이 절실합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