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학폭 피해자 전문 치유 기관 '폐쇄'
[EBS 뉴스12]
학교폭력 치유기관은 전국에 수백 곳이 있지만, 피해학생들만 따로 모일 수 있는 치유기관은 한 곳, 대전의 해맑음센터 밖에 없었는데요.
이 시설이 오늘 문을 닫습니다.
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을 받았기 때문인데, 대체지가 정해지지 않아 학생들은 시설을 떠나게 됐습니다.
현장의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황대훈 기자.
[리포트]
대전 해맑음센터에 나와 있습니다.
제 뒤에 보시는 건물들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테이프가 둘러져 있습니다.
최근의 안전진단에서 기숙사 건물은 D등급, 저 아래 쪽에 있는 교사동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서 즉시 퇴거 조치가 이뤄진 겁니다.
그동안 교육부는 경북 구미의 폐교를 대체 부지로 제안했지만 해맑음센터 측에서는 지금 시설보다 더 낙후됐고 교통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센터 측이 갑자기 건물을 비워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이번 주 월요일이었는데요.
결국 오늘까지 피해 학생들은 건물 안에서 수업도 받을 수가 없어서 외부활동을 해야 했고, 마지막 식사도 야외에서 도시락으로 먹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당장 다음 주부터 나갈 시설을 정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데요.
교육부가 다른 치유 기관을 제시하긴 했는데, 센터 직원들이 연락을 돌려보니 학생들이 온다는 걸 모르고 있는 기관들도 있었고, 가해 학생들이 너무 많이 다니고 있어서 걱정스러웠던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센터에 온 지 불과 1주일밖에 안 된 학생도 있고요.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시설로 가고 싶지 않아서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폭력을 당한 학교를 다니기가 힘들어서 치유 기관으로 온 학생들을 도로 학교로 돌려보내게 되는 셈입니다.
교사와 학생들은 11시 수료식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마쳤는데요.
조정실 센터장은 대한민국에 한 곳 밖에 없는 피해 학생들의 시설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며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의 아픔은 언제까지 피해자들만의 아픔으로만 남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부른 노래는 015B의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면 학생들은 학부모들의 차량을 타고 센터를 영영 떠납니다.
그러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해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치유 기관은 전국에 이제 곳도 남지 않게 됩니다.
지금까지 대전 해맑음센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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