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라는데…이 기업들 보니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3. 5.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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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픽사베이]
“증권사가 꾸준히 발간해 오던 특정 기업의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거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내놓는 경우가 ‘매도 리포트’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의 말이다.

국내 증권사 평균 매도 의견 비율 0.1% 불과
이처럼 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증권사들의 분위기가 점차 변해가고 있다. 최근 에코프로그룹주들을 중심으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하는 흐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리포트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19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보유(HOLD)’ 등으로 하향한 리포트는 총 73개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국내 증권사의 투자 의견 ‘중립’ 리포트는 사실상 ‘매도’ 의견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최근까지만 해도 ‘매도’ 보고서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부터 작년 말까지 1년간 국내 35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단 3곳이었다.

에스엠·크래프톤·현대위아 ‘중립’
최근에는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에코프로그룹주가 주가에 대한 과열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전망과 함께 증권가에서는 ‘매도’ 의견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지난달 하나증권이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고, 유진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투자자들이 사실상 ‘매도’라고 주장하는 ‘중립’ 의견 또한 쏟아졌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등이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연초부터 전일까지 투자 의견 ‘중립’ 리포트가 가장 많이 나온 종목 또한 에코프로비엠(8개)이었다. 이어 에스엠(4곳), 크래프톤·현대위아(3곳) 순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제28회 드림콘서트’ 에서 보이그룹 NCT드림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에스엠은 연초 경영권 이슈에 이어 최근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에코프로비엠의 뒤를 이었다. 최근 에스엠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대형 신보 발매가 없었으며 기타 법무 관련 일회성 비용 약 50억원이 반영된 탓이다. NCT 드림 등의 공연이 총 55회가 진행되며 콘서트 매출의 큰 성장이 있었으나 마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며 “통상 콘서트 매출의 경우 음반·원 매출 대비 이익 기여가 낮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 12월에 출시한 콘솔·PC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한 성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출시 초기 300~400만장을 팔아치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하회하면서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다.

현대위아는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에 이어 2분기까지 비용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DB금융투자는 현대위아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조2259억원, 610억원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인 641억원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으로 연결되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4분기로 예상된다”며 “그전까지는 뚜렷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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