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간 키스는 4500년 전부터…전염병 확산에도 영향"

덴마크 코펜하겐대

옛 인도 벵골 지역에서 발견된 석판에 고대 인도인들이 성적인 의미로 키스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류가 애정표현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알려졌던 시기보다 약 1000년 이르다. 고대인 사회에서 키스가 행해지면서 이 시기 구강으로 전염되는 질병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로엘스 아르볼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키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회에서 일반적인 관습이었으며 당시 구강 전염 미생물 확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학계에서는 고대인 사회에서 성적인 의미를 담은 키스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았다고 추측했다. 우호의 표시나 가족들 간의 친밀함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는 흔하게 행해졌지만 연인과의 애정표시로 입을 맞추는 행위는 보편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가장 오래된 성적인 의미의 키스가 이뤄졌다는 증거는 기원전 1500년 인도에서 발견됐었다.

연구팀은 오늘날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조사하던 중 고대인 사회의 생활상을 쐐기모양의 설형묘사로 나타낸 점토판을 발견했다. 약 3800년 전 만들어진 한 점토판에는 한 유부녀가 남편이 아닌 남성과 키스 후 불륜에 빠지는 상황이 묘사됐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또 다른 점토판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남성과 키스나 성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팀은 “고대 사회에서 키스가 낭만적인 친밀감의 일부로 여겨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천 개의 점토판이 남아있다”며 “성적인 의미의 키스가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키스가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HSV-1)과 같은 병원체의 전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의학 문헌에 묘사된 질병 ‘부하누’는 오늘날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주요 증상과 유사하게 입 주변에 물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키스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습성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연구팀은 “피그미 침팬지는 성적인 목적으로 키스를 하고 침팬지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호감의 표시로 키스를 한다”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이들 동물의 습성은 키스가 진화적으로 오래된 행위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