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M&A” 우려 씻고 자회사 덕 본 DL·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조(兆) 단위의 과감한 M&A(인수·합병)를 감행한 DL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DL케미칼은 3조원을 들여 인수한 크레이튼(Kraton)이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 역시 2조7000억원에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덕분에 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낼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그룹의 석유화학 기업 DL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191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1%, 영업이익은 581% 늘었다.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1분기 석화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DL케미칼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L케미칼의 자회사 크레이튼은 1분기 DL케미칼 실적의 절반가량인 매출 6629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DL케미칼은 지난해 3월 약 3조원을 투자해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너무 과감한 투자라는 업계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씻어내고 글로벌 석유화학 불황기에도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
크레이튼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다. SBC는 크레이튼이 세계 최초로 만든 소재로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된다. 최근에는 SBC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HSBC라는 고부가 재료를 내세워 신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케미칼 부문은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가공해 바이오디젤, 타이어 첨가제 등을 생산한다.
크레이튼의 전망도 밝다. 대신증권은 크레이튼이 2분기 310억원, 3분기 360억원, 4분기 6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크레이튼의 영업이익을 2분기 70억원, 3분기 270억원, 4분기 500억원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중순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합병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9323억원,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오는 2분기부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이 연결실적에 반영되면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분기 매출 5조6029억원, 영업이익 7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음극 집전체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며 1분기 매출 1636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은 글로벌 경기 변동 탓에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다소 주춤했지만, 2분기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대해 “2분기는 주요 고객사의 가동률 회복에 따라 판매량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구리 가격의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에 따라 2분기 판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반기부터 고객사의 가동률 회복과 당사 재고 소진에 따른 가동률 상승이 전망되며, 수익성이 높은 말레이시아 3·4 공장의 램프업((Ramp-up·장비 설치 후 대량 양산까지 생산 확대)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매출 중 전체의 약 60%는 삼성SDI가, 20%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BYD, 스웨덴 노스볼트, 독일 폭스바겐 등 다양한 해외 고객사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금액, 업체명 등 주요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8일 해외 업체와 2033년 5월까지 10년간 동박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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