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그레디는 견적조차 안 나온다” 타격 타이밍 잡다가 교체 타이밍 오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외국인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KBO리그에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타자들은 처음 보는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혀야 하고, 다른 볼 배합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100타석은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 ‘100타석’은 성공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견적’을 내는 시간이다. 그래서 지금 한화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는 브라이언 오그레디(31)에 크게 당황하고 있을 법하다. 긍정적인 ‘견적’ 데이터가 아예 쌓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경기 타율 0.125의 처참한 성적과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이야기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일단 방망이에 공이 맞으면 아웃이 되든 안타가 되든 판단이 가능해진다. 파울이 되더라도 타이밍이 앞에서 맞느냐, 뒤에서 맞느냐를 놓고 다양한 조정이 가능하다”면서 “지금 오그레디는 헛스윙이 너무 많다. 판단 자체가 안 서는 선수다. 맞는 면이 많지도 않다. 변화구의 경우는 딱 하나의 포인트에 걸려야 한다. 이건 타격 타이밍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의 문제도 훨씬 지나쳤다”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치더라도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라는 시선이다.
오그레디는 어차피 장타를 노리는 유형의 선수다. 중거리 타자 유형보다 당연히 헛스윙 비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포라고 해도 헛스윙 비율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선이 있기 마련이다.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타구 속도나 방향, 비거리 등을 종합해 기다릴지, 버릴지 어느 정도 계산이 명확하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레드라인을 지나친 오그레디는 판단 자체의 근거가 그냥 ‘헛스윙’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오그레디의 타구 속도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오그레디의 평균 타구 속도는 142.8㎞로 리그 상위권이다. 맞으면 일단 힘은 있다는 것이다. 한화가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다. 그러나 그 표본이 너무 적다. 헛스윙 때문이다.
오그레디의 올 시즌 헛스윙 비율은 30.2%에 이른다. 볼 비율도 34%로 낮다. 선구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콘택트 비율도 낮다. 공을 비교적 많이 보고는 있지만 상대 투수의 수 싸움에 끌려가는 경우들이 많다. 배팅 찬스에서의 스윙 비율도 낮은 편이다. 맞지도 않는데, 적극적이지도 않다. 이런 경우는 코칭스태프에서도 별다른 수가 없다.
좋지 않은 성적에 심리적인 압박감이 쌓여가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단계다. 자신의 능력을 50%도 못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8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상대 투수의 카운트 싸움에 끌려 다니다 결국 3타수 3삼진에 머물렀다. 차라리 방망이에 맞아 공이 외야에라도 떴으면 그나마 평가할 만한 데이터가 쌓이는데, 18일에도 그럴 기회는 없었다.
한화는 이미 외국인 투수이자 부상으로 시즌 첫 판부터 이탈한 버치 스미스를 교체했다. 외국인 교체 카드 한도는 이제 한 장이 남았다. 이론적으로는 되도록 신중하게 쓰는 게 맞는다. 또한 지금 시점은 마이너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별로 없을 때다. 다들 아직은 메이저리그 승격의 희망을 본다. “KBO리그에는 대체 외국인 선수로 가도 좋은 성과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다음 시즌 시작할 때 가는 게 낫다”는 건 외국인 사이에서의 대세적인 시각이다.
지금 당장 교체를 결정한다고 해도 쓸 만한 외국인 타자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일단은 지켜보는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계속 내보내면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의 공기라도 있으면 이해가 될 텐데, 그런 자신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타격이 완전히 무너진 오그레디를 1군에서 실험하기보다는, 일단 라인업에서 빼고 훈련부터 차근차근 다시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1군 실전에서 타격 타이밍을 잡다가 팀 성적만 망가지는 게 현재의 현실이다. 그러기에는 한화의 갈 길이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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