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카에다 고위급 사살했다”더니 민간인이었나
미국이 이달 초 시리아에서 살해했다고 밝힌 알카에다 최고위급 인사가 사실 민간인이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시리아에서 사망한 인사가 알카에다 관계자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죽인 사람이 알카에다 간부라고 더이상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공습으로 원래의 목표물이 죽지는 않았지만 숨진 이 역시 알카에다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군은 드론을 동원해 시리아 이들리브 북서부에서 로트피 하산 미스토(56)를 공격했다. 이 작전은 미 중부 사령부가 지휘했으며, 공격 몇시간 후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망한 이가 알카에다 대원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정황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WP가 그의 형제와 아들, 그리고 지인 6명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미스토는 해당 마을에서 조용히 살았던 전직 벽돌공이었으며 평생 친절하고 근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인들은 그가 “일생을 가난하게 보냈다”, “그는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에서 죽었다”고 전했다.
또한 WP가 테러 전문가 4명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미스토가 테러 조직과 연결돼있었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알카에다의 라이벌 세력이 인근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알카에다 고위급이 활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알카에다는 고위급이 살해되면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사망 소식을 온라인에 알린다. 고위급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원이 숨지면 그와 알카에다와의 연관성이 지인들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스토의 경우엔 그러한 반응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드론이 타격한 장소는 미스토의 자택과 닭 농장 인근이다. 미 국방 당국은 이곳이 “알려진 관심 지역” 근처라고 밝혔지만 이웃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이 근처에 살거나 활동하지 않는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중동연구소의 시리아 담당 국장 찰스 리스터는 “공습 바로 직후에 화이트헬멧(시리아 시민 방위대)이 사망자를 식별해 이름과 직업을 알아냈다. 지역 주민들이 나와 ‘이 사람은 항상 농부였다’고 말했다”며 “이와 같은 반박 속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미스토의 형제는 “그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미 중부 사령부는 “이러한 모든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해당 조치가 의도치 않게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혔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공습 사례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21년 8월2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드론 공격으로 아동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사망한 사건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지난해 8월 미 국방부는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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