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70대 농부’···농사지은 쌀 30년 넘게 기부

완주군 박승희씨, 경로당에 쌀 500만원어치 기부···아내와 채소 판 돈으로 빵·과일도 나눠

농사지은 쌀을 30년 넘게 기부하고 있는 박승희(76·오른쪽)·임남순(76)씨 부부. 전북 완주군 제공

어린 시절 가난한 형편에 끼니를 걸렀던 배고픈 설움을 잊지 못해 농사지은 쌀을 30년 넘게 기부해온 70대 농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눔을 이어갔다.

전북 완주군은 “비봉면 원이전마을에 사는 박승희씨(76)가 비봉면에 있는 경로당을 돌며 500만 원 상당의 백미를 기부했다”고 19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박씨는 비봉면 토박이로 1990년대 초반부터 기부를 이어 오고 있다. 박씨는 본인이 소유한 논 가운데 입지가 좋은 5290㎡(1600평) 논에서 수확한 신동진 쌀 전부를 매년 경로당이나 생계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먹을 게 없어 주린 배를 시냇물로 채우고 쑥을 뜯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며 “설움 중에 배고픈 설움이 가장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논밭을 사들였다.

그는 매년 가정의 달인 5월과 한여름인 7월,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하순 등 3차례에 걸쳐 쌀을 기부해왔다. 그는 동갑내기 아내 임남순씨와 함께 완주 고산시장이나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번 돈 일부도 빵이나 과일 등을 사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시장 주변에서 ‘빵 아저씨’로 불린다.

박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진 것을 주지 못해 되레 미안한 마음”이라며 “일을 할 수 있는 한 농사를 정성껏 지어 모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형숙 비봉면장은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아 홀로 사시는 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