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으로 서해 지킨 46명 전우들과 다시 ‘천안함의 깃발’ 올린다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5.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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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생존장병 류지욱 해군 중사
신형 호위함 재탄생한 천안함 근무 자청
19일 새 천안함 취역식서 ‘취역기’ 게양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참전장병이었던 류지욱 해군 중사가 2800t급 신형 호위함으로 거듭난 ‘새 천안함’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때 생존했던 해군 장병이 신형 호위함으로 재탄생한 천안함으로 돌아가 19일 힘차게 첫 깃발을 올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옛 천안함(PCC-772)의 참전장병이자 새 천안함(FFG-826)의 승조원인 류지욱(39·해군 부사관 211기) 중사.

이날 류 중사는 진해 군항에서 열린 천안함 취역식에서 피격 당시 작전관이었던 박연수 중령(40·해군사관후보생 101기)과 함께 취역기를 게양했다. 취역식은 군이 조선소에서 건조된 군함을 인수해 해군 전투함정으로 편임됐음을 선포하고 취역기를 게양하는 행사다.

류 중사는 “새로운 천안함의 취역을 알리는 취역기 게양은 하늘에 있는 46명의 전우와 군과 사회에 있는 58명의 전우들과 함께 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천안함의 승조원으로서 천안함이 하루 빨리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류 중사는 천안함 통신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류 중사는 다행히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46명의 천안함 전우들은 그날 밤 서해를 수호하는 하늘의 별이 됐다.

류 중사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희생·생존 전우들의 몫까지 살아가며 바다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세월호 침몰 때에는 해군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LPH-6111) 통신사로 근무하며 실종자 탐색에도 기여했다.

류 중사는 지난 해 6월에는 2800t급 신형 호위함으로 돌아온 천안함의 인수 요원으로 나섰다. 이어 전사한 46명 용사들의 영혼과 더불어 천안함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천안함의 첫 승조원에 자원한 것이다.

“고귀한 희생, 해양수호 의지 이어받겠다”
이날 취역식에는 주요 군 당국자는 물론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과 역대 천안함장 등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피격 당시 천안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은 취역식에 참여해 “천안함의 대한민국 수호는 2010년 3월 26일에 멈춰있다”면서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한 천안함이 대한민국 수호 임무를 새롭게 이어가길 바란다”며 무운을 기원했다. 그는 “북한이 다시 한번 도발한다면 PCC-772 천안함 전사자 및 참전장병의 몫까지 더해 강력히 응징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새 천안함의 초대 함장으로 기용된 한규철 해군 중령은 “취역식에 참전장병을 비롯한 유가족분들이 함께해주셔서 더욱 뜻 깊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한 중령은 “서해수호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해양수호 의지를 이어받은 우리 천안함과 승조원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해를 완벽히 수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도 취역식 훈시를 통해 “천안함 46용사의 애국충정과 국민적 염원을 담아 부활한 천안함이 대한민국 해군의 핵심전력으로서 해양수호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성능과 규모가 확대된 해군 함정이 과거 퇴역 함정의 이름을 물려받는 것은 해군의 고유한 문화 중 하나다.

천안함은 충청남도 천안시를 함명으로 사용한 세 번째 함정이다. 한국 해군 최초의 천안함(LCI-101)은 1946년에 미국으로부터 인수해 취역한 상륙정으로 1953년에 퇴역했다. 두 번째 천안함은 1988년 취역한 초계함으로 서해를 수호하다가 2010년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피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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