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라이벌과 전략의 본질!
각 시대, 각 분야의 라이벌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역사를 흥미롭게 하는 소재로 약간 각색된다. 김유신과 계백, 성삼문과 신숙주, 병자호란 때 김상현과 최명길 그리고 명필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서양 미술사에서의 라이벌은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고호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이다. 이들 라이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인정하는 호혜적 라이벌이지만,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라이벌은 단순한 경쟁자일 뿐이다.
라이벌의 본질은 경쟁이다. 기업이든 국가이든 경쟁과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애초부터 전략이라는 단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 이라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핵심에서 나온 군사용어이다. 전략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국면 전체에 적용되는 기본방향이고, 전술은 개별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단기간에 실시되는 계책을 말한다. 장기적 기본 계획으로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술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이 지향하는 곳을 향해 나가는 단기적 실천 계획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어로 전략, Strategy의 어원은 희랍어 ‘Strategos’라는 단어인데, 이는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가 가진 기술이나 역량(The Art of General)’을 의미한다. 싸움터의 장수는 이 전투가 어떤 명분을 가지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며 어떻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여 병사들을 설득시켜야만 그들의 자발적 호응과 높은 사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것이 전략의 기본 요소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은 군대조직 같았다. 라이벌 기업간의 경쟁, 날씨처럼 변하는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군대의 전투 환경과 비슷해지자, 1950년대 이후 기업 경영에서도 ‘전략’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어느 조직이든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략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안되고, 전략 없는 전술은 방향타 부러진 비행기처럼 위험할 뿐이다. 전승 후 또는 기업의 목표 달성 후, 장수와 경영자가 사용한 전술은 쉽게 밝혀지겠지만 그들의 전략은 오랫동안 비밀로 유지된다.
전략과 전술의 이런 어의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요즘 미국의 핵무기나 최첨단 무기가 왜 ‘전술무기’가 아니고 ‘전략무기’인지에 대해 의아해 할 것이다. ‘전략 폭격기’ 또는 ‘전략 자산(Strategic Asset)’이 틀린 말처럼 보인다. 미국은 한국 등 전쟁 위협에 처한 동맹국의 적에게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압도적 우위의 가공할 만한 무기를 보여줌으로써 전쟁을 억제하고자 한다. 그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고의 ‘전략’이다. 최첨단 폭격기나 핵 잠수함 등이 그런 전략적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전략 무기’라 부른다고 이해하면 된다.
흔히 경영학에서 경영의 기본기능은 계획화(Planning), 조직화(Organizing), 지휘 그리고 통제의 4가지라고 말한다. 경영 활동은 계획화에서 출발하고, 계획화의 핵심은 전략이다. 이 점은 Plan(계획) > Do(실행) > Check(평가) > Action(개선)의 순환적이고 지속적인 PDCA Cycle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목표 달성계획을 수립하되 전략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에 전략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젠 기업의 내부조직도 복잡하고 거대하게 성장했으며, 외부환경은 수시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성이 지배하기 때문에 전략적 계획(Strategic planning)은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이다.
전략적 계획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립하는 것이므로 경영자의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가 그 밑바탕에 필요하다. 기업에서 전략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후 전략경영(Strategic Management) 또는 경영전략(Management Strategy)에 대해 수많은 컨설턴트와 학자들이 이론이 나와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1918년에 태어나 미국 군사 싱크탱크와 보잉사에서 근무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대학 강단에 선 이고르 앤소프(H. Igor Ansoff)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등에 경영전략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많은 컨설팅과 저서를 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경영에 전략적 도구를 도입함으로써 ‘전략경영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았다. 한 예로, 그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전략적 의사결정(Strategic Decision), 관리적 의사결정(Administrative Decision) 그리고 업무적 의사결정(Operating Decision)으로 구분했고, 그 중 전략적 의사결정이 기업의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키 위해 기업 전체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며, 이를 통해 목표와 경영전략이 결정된다고 설파했다.
이고르 앤소프와 거의 동시대에 영향력 있는 경영전략을 내세운 이는 하버드 교수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이다. 그는 “원가 우위 전략(Cost Leadership Strategy),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 집중화 전략(Focus Strategy)”이라는 3가지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을 제시했다. 라이벌 이고르 앤소프와는 차별되게 ‘경쟁전략의 아버지’라는 칭호로 통한다.
이들 외에도 경영전략에 대해 수많은 학파와 주장이 난무하게 되니 경영자는 무엇이 적절한지, 무엇을 따라 할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다. 경영전략의 대가들이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처럼 제각각 열변하지만, 가장 기본 되는 전략은 이미 100년 전에 나왔다. 1883년 출생한 동갑내기 라이벌, 케인즈(John Keynes)와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유명한 경제학자이다. 두 라이벌 간 생전 대결에서 슘페터는 케인즈에게 완패 당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은 경제 위기 때마다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 정책을 주장하는 케인즈의 이론을 따랐다. 이에 반해 슘페터는 기업이 스스로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 했으나, 그것은 케인즈 학파에 밀려 가려져 있었다.
이제 21세기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슘페터의 혁신전략은 그 후에 나온 어느 경영전략보다도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으로 유용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가 말한 대로 마차를 아무리 많이 이어 붙여도 기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마차를 때려 부수지 않는 한 기차를 만들 수 없으니 파괴적 혁신이 전략 중의 전략이다.
두 라이벌 사냥꾼이 같이 산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곰이 나타나 곰을 사냥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자 한 사냥꾼이 재빨리 신발끈을 단단히 매는 것이었다. 이를 본 한 사람이 말했다. “끈 졸라 맨들 곰이 너보다 더 빠르니 무슨 소용이냐?” 이에 라이벌이 대답했다. “곰보다 빠를 순 없어. 난 너 보다만 빠르면 돼.”
경쟁전략의 아버지 마이클 포터가 차별화 전략 관련, 명언을 남겼다. “전략의 본질은 라이벌과 구분되는 자신의 고유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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