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그러다 박쥐 신세 될라"

김태훈 2023. 5. 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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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서 다 버림을 받는 박쥐 신세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넓히려면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탈피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내놓은 반론이다.

한 청취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자 권 장관은 즉각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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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장관, KBS 라디오 출연
확고한 한·미동맹 중요성 거듭 강조
"국제사회 불안정… '축' 분명히 해야"

‘양쪽에서 다 버림을 받는 박쥐 신세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넓히려면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탈피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내놓은 반론이다. 그는 한국이 놓인 처지를 과거 냉전 시절 서독과 비교하며 “요즘 같이 불안한 사회에 있어서는 축(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치열하게 다투는 신냉전 상황에서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은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족통일협의회 창설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 장관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요즘 ‘장차관을 만나다’라는 주제 아래 기획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워싱턴 선언의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은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행보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중국과 더욱 밀착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권 장관은 과거 서독의 예를 들었다. 그는 “동서독 분단 시절에 서독도 똑같은 딜레마에 있었다”며 “동맹(미국)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해서 거기로부터 얻은 자유를 통해서 소련(현 러시아)과의 관계를 좋게 가져가는 것이 서독에게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이 굳건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중국을 통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킨 것은 우리가 앞으로 중국과의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의 재량의 여지가 굉장히 커진 점에서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 모습. 연합뉴스
서독이 미국과 쌓은 신뢰관계 위에서 동독 그리고 소련에 접근한 것처럼 한국도 한·미동맹을 바탕 삼아 북한 그리고 중국과 상대해야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청취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자 권 장관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과거 서독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면서 서독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 하다가는 완전히 표류할 수가 있다, 양쪽으로 다 버림을 받고”라며 “우리 박쥐 우화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요즘 같이 불안한 사회에 있어서는 축을 분명히 한 뒤에 양쪽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쥐는 들짐승이지만 날개가 있어 날짐승처럼 공중을 날 수 있다. 박쥐 우화란 들짐승과 어울릴 때에는 들짐승인 척, 날짐승과 함께할 때에는 날짐승인 척하던 박쥐가 결국 변절자로 몰려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버림을 받아 ‘왕따’가 되고 말았다는 슬픈 얘기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하다간 되레 두 나라 모두에게 멸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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