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만 6개월", "별 영향 없어"...PBA 챔피언 들었다 놓는 '2~3g'

권수연 기자 2023. 5. 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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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조재호가 경기를 치르고 있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2~3g이 당구 테이블의 명운을 좌지우지할까? 흥미를 돋우는 미세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연맹에서 신규 선수들이 유입되며 새로운 볼 적응도에도 눈이 모인다. 

프로당구협회(PBA, 총재 김영수)는 지난 해 7월, 당구용품사 코스모스와 '헬릭스(Helix)' 볼 후원 연장 협약식을 실시했다. 협약 기간은 3년으로 PBA는 오는 2025년까지 개인투어, 드림투어(2부), 챌린지투어(3부)의 공인구로 헬릭스 공을 사용하게 된다.

반면 팀리그에 쓰이는 공은 다른 종류다. 팀리그에서는 벨기에 기업인 살룩의 '아라미스' 공을 사용한다. PBA가 아닌 연맹(UMB, KBF)에서는 아라미스의 프레스티지 볼, 다이나스피어 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는 똑같이 지름 61.5mm로 3쿠션 볼의 공식 규격을 유지하고 있다. 언뜻 보면 똑같은 당구공으로 보이지만 두 볼은 무게감이 완전히 다르다. 당구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아라미스 볼은 평균무게 210g로 제조된다. 1~2g의 오차범위는 있으나 대개 가볍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산 제조품인 헬릭스 볼은 PBA 경기에서만 사용된다. 평균무게는 212~13g으로 아라미스 공보다 2~3g 더 무겁게 제작된다. 헬릭스 볼 제조사인 코스모스 측은 "조준면의 사각지대가 없고, 업그레이드 된 글라스 코팅으로 구름의 안정성을 꾀하며 공을 맞았을 때와 맞지 않았을 때의 구분이 뚜렷하다"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PBA 경기 테이블 위에 공인구 헬릭스 볼이 놓여있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PBA 팬들의 요청으로 구비해놓는 일반 당구장이 늘었지만 평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공이 예쁘고 구름이 묵직하고 부드럽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너무 무겁고 볼 무늬가 어지러워 회전 구분이 안된다"는 불호도 따른다. 프로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다. 특히 1g의 밀고 끌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본지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A선수는 두 볼에 대해 "헬릭스 공이 조도레벨이 높고 표면 거칠기가 적다, 말하자면 아라미스 공은 끌리기 쉬운 공이고 헬릭스 공은 밀리기 쉬운 공이다"라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울러 "조재호 프로는 헬릭스 공을 적응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들었다, 기존 연맹에서 뛰다가 최근 PBA 들어온 분들은 아라미스 공이 훨씬 익숙할거다, 반면 PBA 선수들은 아라미스를 거의 내버려두고 헬릭스로만 볼 연습을 한다, 그래서 시즌 중 팀리그와 개인투어가 일주일 단위로 펼쳐지면 혼선이 제법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개인투어는 부진하지만 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의 경우도 이런 배경이 아주 무관하지 않다.

'4대천왕' 쿠드롱 역시 볼 적응에 초반 난관을 겪었다. 서바이벌에서도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첫 시즌에도 볼 적응에 애를 먹다 3전 4기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반면, 일부 선수들은 "미미한 차이점은 있지만 큰 차이는 없고 적응하는데 별 문제는 없다, 내가 못하고 잘하는 것은 그저 노력과 집중의 여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PBA로 전향한 장가연의 연맹 시절 경기장면, PBA

다만 개인투어와 팀리그의 볼을 다르게 사용하는 점에 있어서는 순수 경기력 외 요소가 일부 반영됐다. PBA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로협회로써 더 많은 스폰서들과 함께 하고 개인투어와 팀리그의 구분을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연맹에서 이번에 넘어오는 선수들은 대개 헬릭스 볼을 처음 접한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세미 세이기너, 무랏 나시 초클루(이상 튀르키예), 최성원, 이충복, 한지은 등의 연맹 출신 에이스가 올 시즌 대거로 넘어온다. 이 중 국내 선수인 최성원, 이충복 등은 국산품인 헬릭스 볼을 접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산체스와 세이기너, 초클루는 적응기를 피할 수 없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크레파스와 파스텔로 똑같은 질감의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다. 2~3g은 보통 분말통에 들어있는 작은 스푼 하나 정도의 양이다.

2023-24시즌, 새로 들어온 에이스들은 새 모이만큼의 거대한 차이를 마주하게 된다. 산체스, 세이기너 등의 강호는 팀리그와 개인투어를 번갈아 소화해야 한다.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챔피언에 먼저 오른다. 어떤 흥미로운 이변이 연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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