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조국 사태 버금가는 위기…쇄신 없으면 제3지대 공간 커질 것”
“대선 패배의 큰 원인 ‘팬덤’…이재명, ‘정치 훌리건’과 단절해야”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제1야당에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반성과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후 평가와 반성의 시간을 제대로 가졌다면 지금 같은 카오스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반성과 쇄신이 선행돼야 당이 체계를 갖추고 통합과 단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쇄신의 길로는 팬덤정치로 표현되는 '정치 훌리건'과의 결별을 제시했다. 현재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눈높이가 그들에게 맞춰져 있는 점이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진단하면서 그들과의 단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5월17일 그를 만나 민주당의 문제점과 내년 총선까지의 전략을 들었다.
"다수 의견 희석되면 지도부 신뢰 잃어…임계점 올 수도"
김남국 코인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나.
"조국 사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본다. 386세대의 대표 격인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으로 무너진 데 이어 김 의원이 종지부를 찍는 느낌이다. 김 의원은 국민에게 가장 개혁적이고 윤석열 정부와 열심히 싸우는 모습으로 비춰져 왔는데, 완전히 깨졌다. '내로남불'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가진 공정이라는 가치를 뺏기고 국민의힘에 비해 우월하다고 여겨진 도덕성마저 잃을 수 있다."
김남국 사태에 대한 당의 후속 조치를 평가하자면.
"당내에 어떤 사건·사태가 터지면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 지도부가 빨리 나서서 1안, 2안, 3안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총대를 메야 한다. 때로 악역을 맡아야 하는 지도부가 시간만 끌다가 온정주의로 대처하고 스스로 탈당하게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등의 법적인 문제도 아닌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당 차원의 강력한 경고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지지부진한 태도로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위기를 맞은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신뢰 문제다. 정당이 때로 부침을 겪지만 적어도 어떤 선을 넘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내로남불' 태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사건이 터졌을 때 프레임 전쟁이나 음모론으로 '물타기'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반성하지 않는 정당, '내로남불' 정당으로 각인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쇄신 의총을 열었는데도 원심력이 커지는 모습인데.
"집단지성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관련 전수조사, 자진신고센터, 선제적 윤리위 제소 등 이구동성으로 나온 얘기들이 결의문에서 빠지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다수 의견이 지도부에 의해 희석되는 방식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당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낮아지면서 임계점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당 지도부의 현안 해결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강성 팬덤층에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요구에만 귀를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의 국민은 없다. 여야 지지층 사이에 스윙보터가 있는데 이분들의 판단에 따라 (양당 득표율이) 6대 3 또는 3대 6 구도가 된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로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도층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 현상이 지속될수록 제3 신당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의 온정적인 대응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 대표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경우 '당신 문제는?'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연관시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대표 문제와 당내 사건이 터졌을 때 당의 대응 문제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의원들도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접어둘게'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1년 넘게 100명이 넘는 검사가 동원돼 조사한 것치고는 결과가 부족하고,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당내 위기 극복 방법이 '통합·단결 대 반성·쇄신'으로 나뉘는 모습인데.
"지지난해 서울·부산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 등 3번의 선거에서 졌는데도 '졌잘싸'라며 제대로 된 평가를 못 하는 정당이 되고 말았다. 평가와 반성의 기회를 가졌더라면 당이 지금의 모습은 아닐 텐데, 갈수록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평가와 반성이 첫째이고, 이를 통해 당이 체계를 갖추면서 통합과 단결이 이뤄질 수 있다."
검찰이 내년 총선까지 수시로 민주당 수사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 '특수부 감찰공화국'이 완성돼 가는 과정인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아무런 빌미도 없이 허위로 만들어낸 사건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당이 방탄적 태도를 취하기보단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잘못한 것은 인정하되 더 신뢰받는 길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팬덤에 끌려가는 정치…가짜 유튜버 적극 고발·고소해야"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하자면.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 여론이 긍정평가의 두 배에 이른다. 여당 심판론이냐 야당 심판론이냐로 붙는다면 국민은 이미 판정을 했다고 본다. 다만 정권 심판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그 표심이 민주당으로 올 것인지는 모른다. 2017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시 프랑스 하원 577석의 35%를 차지하던 올랑드의 사회당이 5%로 줄어드는 데 몇 년도 걸리지 않았다. 사회당이 더 이상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에마뉘엘 마크롱의 중도진보 정당으로 표심이 대거 쏠렸다. 민주당이 변화·혁신과 멀어지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서 신뢰를 잃는다면 제3 정당 공간이 훨씬 커지지 않겠나. 현재 무당층 공간이 40%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대선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가 팬덤이었다. 대깨문, 조국빠들 등 정치 훌리건들에게 당해 보면 자포자기 심정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면서 집단지성이 망가졌고, 이 대표가 들어선 이후 팬덤층의 폭력성이 더 심해졌다. 팬덤에 끌려가는 정치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못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다."
혁신과 쇄신의 구체적인 방법은.
"정치 훌리건과의 단절이 필요하다. 진보 유튜버 중에서도 가짜뉴스와 악마의 편집을 일삼는 가짜 유튜버는 골라내 적극적으로 고소·고발 해야 하고, 의원들의 출연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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