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만에… 정주영 정신 깃든 ‘포니 쿠페’ 돌아왔다

■ 콘셉트카 복원 모델 첫 공개
정의선 “선대회장 수출 보국 등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룬 것”
70년대 양산 무산된 ‘비운의 차’
초기모델 만든 이탈리아 디자이너 협업

선의 미학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포니 쿠페가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대자동차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수출보국(輸出報國) 정신과 포니 쿠페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서고자 했던 임직원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되짚어 보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처음 열린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향한 변하지 않는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는 브랜드 헤리티지(유산) 행사로, 정의선 회장과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 회장은 “정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지금의 역사적 과업은 정 선대회장과 정세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 선대회장은 정 회장의 할아버지로 자동차를 국가의 중추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으며, 정 선대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은 현대차 최초이자 국내차 최초 고유 모델인 포니를 개발한 주인공으로 ‘포니정’으로 불린다.

정주영(가운데)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지난 1985년 신차 발표회장에서 포니 엑셀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 11월 시작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처음 선보였다. 복원 작업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인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포니는 지난 1975년부터 1990년까지 현대차가 생산한 후륜구동 소형차다. 국내 최초 고유 모델 자동차로, 우리나라 자동차 공업의 자립을 선언한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와 함께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 등으로 공개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산 직전까지 개발이 진행됐지만, 1979년 석유파동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차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 선진국 진출을 위해 스포츠카 분야에 도전한 혁신 정신이 담겨 있는 만큼 최근까지도 다양한 방면에서 창의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니를 통해 수출 시장의 길을 닦은 현대차는 1985년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그해 세계 각지에 포니, 스텔라, 포니 엑셀, 프레스토 등의 다양한 모델을 수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