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이어 美까지 ‘어깃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기류’

美법무부 ‘소송 검토’ 보도 나와
대한항공 “결합승인 적극 설득”

합병 향배는…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중간보고서에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미 법무부도 “한·미 간 여객·화물 운송 경쟁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19일 나왔다. 사진은 18일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돼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까지 독과점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8분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막판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소송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해외 경쟁 당국들의 우려를 해소해 최종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 EU와 미국의 잇따른 제동으로 합병이 지연되고 시정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국내 항공사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지난 2020년 11월부터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양사의 합병이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마이크로칩 등 주요 상품 화물 운송 독점으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들은 폴리티코에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약 미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는 미 정부가 외국 항공사 간 합병을 막는 첫 사례가 된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지난 12일 미 법무부와의 대면 미팅을 통해 미국 측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타임라인도 미정이고, 대한항공과 지속해서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국과 미국 간 노선에서 한국인 승객이 대다수인 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강력한 시정 조치를 이미 부과한 점 △이번 통합은 한국 정부의 항공 산업 구조조정 및 고용 유지 방침에 호응해 진행된 점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방침이다. 미국이 주요 노선에 항공사들의 진입과 증편을 자유화하고 있는 만큼, 합병으로 인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내세울 계획이다.

김영주·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