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파 ‘깃발 행진’에 이·팔 무력충돌 재점화 우려

김현아 기자 2023. 5. 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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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렘 시내에서 우파 수만 명이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깃발 행진'을 거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지 예루살렘이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가운데, 사법부 무력화 정책 좌초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히려 행진을 독려하고 나서 가까스로 휴전 상황에 돌입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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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성지 등 기습방문도
팔 주민들 강력반발 맞시위
‘예루살렘의 날’인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도심 다마스쿠스 문 앞에서 수만 명의 우파 이스라엘인들이 깃발 행진 중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내에서 우파 수만 명이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깃발 행진’을 거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지 예루살렘이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가운데, 사법부 무력화 정책 좌초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히려 행진을 독려하고 나서 가까스로 휴전 상황에 돌입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알자지라·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에는 수만 명의 유대인이 모여 깃발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아랍인에게 죽음을” 등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며 환호하고, 이를 취재하는 언론들에 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위협하기도 했다. 10대·청년 남성들로 주로 이뤄진 행렬은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의 입구인 다마스쿠스 문을 무단 통과하기도 했다. 이날 행진에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대표적 극우 성향 정치인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극우 장관·의원들은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경내를 기습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깃발 행진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속해 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날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 연례행사다. 유대인 민족주의자들에게는 힘을 과시하는 날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명백한 도발 행위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무력 충돌이 거셌던 만큼 이번에는 행진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은 영원히 하나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행진을 독려했다. 일각에서는 사법 무력화 시도에 실패한 그가 정치적 돌파구로 행진을 강행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에서 깃발 행진 반대 시위를 벌이며 강력 반발했다. 시위대는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에 실탄과 최루탄을 사용해 강경 진압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무력까지 동원되며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간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3일 이집트의 중재로 교전 닷새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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