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날린 기업사냥꾼 뒤늦은 고백...“연준과는 싸우는게 아냐”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5. 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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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 베팅해 온 아이칸
최근 6년 동안 약 12조원 손실
칼 아이칸. [로이터연합뉴스]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약세장 베팅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아이칸 지주회사는 이같은 투자로 인해 최근 6년 동안 90억달러(약 12조원)의 손실을 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아이칸이 2017년에 자산 가격 폭락을 예측한 헤지 투자를 통해 18억달러(약 2조원)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70억달러(약 9조원) 손실을 냈다.

아이칸은 FT와 인터뷰에서 “항상 남들에게 ‘진정으로 단기나 중기적으로 시장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 왔는데, 아마 최근 몇 년 동안은 스스로 내 조언을 지키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칸이 이끄는 아이칸 지주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붕괴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왔다. 그는 시장 지수, 개별 기업 가치, 상업용 모기지·채무 증권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해 수익을 올려 왔다.

아이칸 지주회사는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역시 시장 붕괴를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대규모 부양 정책을 빠르게 전개하면서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했다. FT에 따르면 아이칸 지주회사의 2020년, 2021년에 손실 규모는 43억달러(약 6조원)다.

아이칸은 “분명 시장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믿었다”며 “(그러나) 연준은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시장에 수조달러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과 싸우지말라’는 옛 속담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월가가 가장 두려워하던 행동주의 투자자 중 한 명의 지위가 낮아질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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