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사로 해결하라' 경찰 수원 전세사기 외면, 수십억 피해로

기사내용 요약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2년 전 경찰에 고소장 제출"
"경찰, 입건 2주 뒤 피의자 조사 없이 사건 종결"
피해자 "적극 대응했다면 추가 피해 막았을 것"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관련 보증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2년 전 임대인을 고소했지만, 경찰이 '민사로 해결하라'며 불송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 조사도 없이 해당 사건을 종결했는데, 이같은 경찰의 미흡한 대응이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32)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직후인 2021년 5월6일 수원남부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공동 임대인 김모씨와 안모씨를 고소했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뒤 김씨와 안씨가 보증금 1억8100만원 중 8100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 등 A씨를 기망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그해 5월12일 피고소인 2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2주 가량 지난 5월27일 사건을 '불송치(각하)'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가 받은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수사기관은 민사상 법률관계에 개입할 수 없는 점을 원칙으로 볼 때, 더 이상의 수사진행 및 실익이 없어 각하한다'라는 불송치 이유가 담겼다.

피의자가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는 가지고 있지만 최초 계약 당시 기망의사 및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사후에 반환하지 않은 점은 법원에 민사소송을 진행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문제는 경찰이 조사조차 하지 않은 임대인 안씨와 김씨가 다른 건물을 이용해 또다시 전세사기를 벌였다는 것이다.

A씨가 거주했던 권선구 세류동의 다세대주택(총21세대) 일부 입주민뿐 아니라 권선동의 다세대주택에서도 1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권선동 주택 입주민 11명은 지난해 2월 사기 혐의로 김씨와 안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핵심 피의자가 도주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올해 초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피해액은 개인당 1억2000만~1억5000만원 상당으로, 15억원이 넘는다.

A씨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해당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고소한 것인데 경찰은 고소장을 제출할 당시 '고소장 접수해도 어차피 진행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거기다가 곧바로 각하 결정이 나오니 허무했다"라고 호소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됐으면 이후에 수 십명 피해자가 없었을 수도 있다. 피의자가 도주해서 잡지도 못하는 상황도 없을 것"이라며 "당시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년 전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봐야 하지만,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나 진술이 미흡하거나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각하종결할 수 있다. 고소인의 진술과 자료가 부족해서 각하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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