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고향서 이뤄진 현대차 유산 복원…"과거에서 미래 그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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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타지 않고서는 올 수 없는 이 고택에 오후 5시가 지나자 가랑비를 뚫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로 발돋움하는데 시초가 됐던 포니 쿠페 콘셉트의 복원 모델 공개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이 전 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포니 출시 당시의 일을 돌이키며 "포니 개발에 참여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라며 "포니 쿠페 콘셉트를 양산할 수 없었는데 복원된 모델을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코모호수에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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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이탈리아]=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18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모호수 옆 산기슭에 위치한 빌라 플리니아나(Villa Pliniana).
보트를 타지 않고서는 올 수 없는 이 고택에 오후 5시가 지나자 가랑비를 뚫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로 발돋움하는데 시초가 됐던 포니 쿠페 콘셉트의 복원 모델 공개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 시간인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현대차 주요 경영진과 국내외 취재진을 포함한 200명이 좁은 행사장을 꽉 채웠다.
현대차의 첫 독자 생산 차량인 포니의 '형제' 모델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토쇼에서 처음 선보인 스포츠카로, 석유파동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양산에 이르지 못한 '비운의 차'다.
현대차는 제대로 된 과거 알기를 통해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 '현대 리유니온'의 첫 프로젝트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에 나섰다.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출신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아들과 함께 힘을 보탰다.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이 공개되기 전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행사장 외부에 전시된 'N 비전 74'였다.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고성능 N 브랜드의 스포츠카로,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과거를 통해 향후 비전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현대차 리유니온' 행사 취지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차량이다. 평평한 전면부 등이 포니 쿠페 콘셉트와 여러모로 닮았다. 뒤 스포일러에 크게 쓰인 'HYUNDAI'라는 영문명에서도 정체성을 잇겠다는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오후 7시가 되자 현대차가 포니로 시작한 자동차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역사가 담긴 영상이 상영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영어로 "현대차와 관련한 우리 가족의 여정을 소개하려고 한다"며 "선구안을 가진 휴머니스트였던 정주영 선대 회장은 경영철학에 있어 사람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선대 회장은 1970년대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포니 개발에 참여했던 이충구 현대차 전 사장과 김용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의 대담이 시작됐다.
이 전 사장은 현대차가 승용차 반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1970년대 엔지니어 5명과 함께 이탈리아 이탈사로 파견됐고, 당시 대리였던 그가 어깨너머로 배운 도면작업을 꼼꼼히 적은 노트는 '이 대리 노트'라 불리며 포니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
이 전 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포니 출시 당시의 일을 돌이키며 "포니 개발에 참여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라며 "포니 쿠페 콘셉트를 양산할 수 없었는데 복원된 모델을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코모호수에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포니 개발에 참석했던 모든 관계자의 등장이 마무리되자 유실됐던 최초 모델과 거의 흡사한 은색의 포니 쿠페 콘셉트가 정 회장과 주지아로 디자이너의 손에 공개됐다.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투도어 형식은 이전 모델과 유사했지만, 선 자체는 이전 모델보다 날렵해져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더 강조된 느낌이었다.
정 회장은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함께 차에 탑승해 시동을 걸어보고, 스티어링휠을 돌려보면서 내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50년 전 시도를 계승하고 싶은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며 "이제 과거의 원형으로부터 미래를 그리는 것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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